[팀 알퍼의 영국통신] 설이 '차이니스 뉴 이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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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설령 장미가 다른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그윽한 향기만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이름에 연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두 도시의 차이나타운이 전성기를 맞는 동안 영국 현지인들은 화려한 용춤과 불꽃놀이 그리고 북소리로 가득한 음력 설맞이 거리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었고, 그저 본 것을 간단하게 표현한 차이니스 뉴 이어라는 단어가 탄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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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의 춘제 보고 명명
중국 중심 표현, 아시아권 반발
이미 굳어진 표현 바꾸려면
오랜 시간과 인내심 필요할듯
셰익스피어는 설령 장미가 다른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그윽한 향기만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이름에 연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현명한 이야기이지만,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음력설'이 그렇다. 음력설을 영어로 어떻게 부를까.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차이니스 뉴 이어(Chinese New Year)'라 답할 것이다.
나는 한국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이니스 뉴 이어라는 대답에 반감이 든다. 음력설은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아시아권의 많은 국가가 함께 음력설을 쇤다. 영국에 사는 한국 교민들은 구정을 앞두고 자녀들이 학교에서 차이니스 뉴 이어에 대해 배우며 만든 종이등이나 색칠한 용을 자랑스럽게 보여줄 때 분노를 느낄 것이다. 한국 교민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중국 설날이 아니라 한국의 설이기도 해"라고 고쳐주는 것이고, 일부 한국인 학부모는 학교나 교육청에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물론 더 정확하고 포괄적인 표현은 '음력설날'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수 영국인들을 제외하고는 음력과 양력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영국 사람은 그저 중국인들이 1월이나 2월에 음력설을 쇤다고 알고 있다. 왜냐하면 영국인들에게 아시아권 문화는 블랙박스일 뿐이기 때문이다. BTS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고 많은 사람들이 K드라마를 보고 김치를 먹고 있지만 그것이 그들이 동아시아권의 전통문화와 농업을 기반으로 한 음력의 원리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차이니스 뉴 이어라는 단어는 사실 중국어에서 유래하지 않았다. 영국에 사는 중국인들은 구정을 '춘제'를 그대로 번역한 스프링 페스티벌로 부를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영국에서 가장 추운 달은 1월이나 2월이니 영국인들에게는 봄과는 거리가 먼 어색한 이름으로 느껴질 것이다.
차이니스 뉴 이어는 영국인들이 음력설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1840년대 중국인들의 영국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1900년대 초반 런던과 리버풀에는 커다란 중국인 커뮤니티가 생겨났다. 두 도시의 차이나타운이 전성기를 맞는 동안 영국 현지인들은 화려한 용춤과 불꽃놀이 그리고 북소리로 가득한 음력 설맞이 거리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었고, 그저 본 것을 간단하게 표현한 차이니스 뉴 이어라는 단어가 탄생됐다.
202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영국 인구 중 50만명이 중국계다. 여전히 4만1000명을 밑도는 한국계와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 영국은 민감할 수 있는 단어의 사용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차이니스 뉴 이어와 같은 표현은 대체하는 게 옳다. 하지만 이 단어가 영국인들의 어휘에서 사라지려면 아마도 오랜 시간과 한국인들의 큰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팀 알퍼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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