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 〈32〉AI 시대의 '몸' 잘 챙겨 먹는다는 모호함

2024. 1. 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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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작년 6월 미국 농무부(USDA)는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포배양 치킨에 대한 시판 승인을 했다. 동물 세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로 엮여 시트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닭 가슴살에 가까운 식감을 만들어내는 공정으로 배양육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미국기업 업사이드푸드는 자사 제품에 대해 투쟁할 가치가 있는 음식이라 표현한다. 소, 돼지 및 기타 육류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은 전체 식품 생산 기준 57%를 차지하기에 해당 기업이 배양육을 통해 담아내는 핵심 아이디어는 '지속가능한 고기'다. 앞으로 대량 생산이라는 기술적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하는 상황이나 '음식'이라는 주제에 있어 우리는 이제 자연 위에 서 있지만은 않다는 점을 확인한, 인간 지능의 다음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조사 참여자에게 제시한 몸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 피라미와 최초의 가정

자연 추출물, 천연 등의 표현들은 오랜 시간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우리의 신체와 닿거나 흡수되는 제품들의 가치를 알리거나 인식시키는 데에 있어 효과적이었다. 이는 인간의 신체가 자연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 자연을 유기체이자 생명체로 보는 자연관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추출을 넘어선 생성 패러다임에서의 식품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 오늘의 사람들이 자신의 몸과 맺는 관계에 있어서의 변화를 확인해 보는 과정을 필요로 할 것이다. ROC가 해당 주제로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민족지학적 조사 방법론으로 확인한 건강과 신체에 대한 상관관계에 있어 흥미로운 관련 패턴들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건강은 일상적 상태로 경험된다. 허리를 다친 40대의 한 남성 환자는 전문 의료인과의 대화에서 통증으로 인해 출장이나 골프 등 일상의 목표를 행하지 못한 아쉬움을 먼저 언급했다. 운동을 위해 매일 버스 한 정거장 먼저 내려 집까지 걸어가던 60대의 여성은 자신의 무릎 통증에 대한 증상 설명을 일상 속 자신의 행동 변화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건강하다'는 인식이 실은 매우 모호하게 경험되며 나아가 무엇이 건강을 위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에 대한 외부적, 내부적 제안들이 명확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할 수 있다.

둘째, 음식의 선택에는 개인 및 가족의 신념 체계가 영향을 준다. 아프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경험적 인식을 부모로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한 사례나 어렸을 때 본 돼지 도축 현장에서의 기억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육식 섭취에 거부감을 주는 사례들이 있었다. 제과제빵업계에서의 과도한 설탕 사용을 확인한 후 자신이 운영하는 쿠키집에서의 최소한의 설탕 사용 기준을 담담하게 언급하던 50대의 한 여사장에게서 뿌듯함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는 곧 조사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피해야 할 음식, 먹지 말아야 할 음식 등의 구분에는 개인적 수준에서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 일상적 실천과 연결하기 쉬운 반면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반응을 연속해 확인했음을 의미한다.

셋째, 음식의 선택에는 예방의 의미가 포함된다. 의료 분야에서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순응도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여러 작은 범위에서 아프거나 신체의 정상적 기능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어깨의 가동 범위 확보,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 필라테스나 홈트레이닝에 투자를 하거나 관련된 약을 복용한다 이야기하지만 많은 경우 지속적이지 못한 일상적 한계를 경험하고 있었다. 음주, 맵고 짠 음식을 멀리해야 하는 건강 상태임에도 자신의 식습관을 바꾸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가장 흔한 전술 중 하나가 바로 예방적 차원에서의 음식에 있었다. 통밀빵 버거의 선택, 밀크티 섭취량을 줄이거나 전체적인 식사량을 줄이는 등의 시도들은 적어도 약은 먹지 않아도 음식은 먹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관련된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독이 되는 음식을 덜 먹는다는 접근에 사람들이 보다 명확하게 반응한다는 점, 그러나 무엇이 개인적으로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모호함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의 생성 패러다임에서의 식품 산업에 있어서의 또 하나의 장벽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스킨케어, 건강보조식품, 선크림 등에 대한 소비에서도 마찬가지로 확인되는 현상이다. 시간이 지나면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신뢰의 영역에서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에 대한 해답은 음식의 의미와 선택과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개인이 속한 가족 등의 커뮤니티를 최소 단위로 하는 접근을 통해 그 안에서 언급되는 적절한 음식과 이에 연결된 관습적 인식에 대한 이해에서 찾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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