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명 피습 당시 사망 가능성 있었다…공범·배후 없어”

김정훈 기자 2024. 1. 2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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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범 당적 및 구체적 신상정보는 비공개
부실·축소 수사 지적 받은 경찰 결과와 유사
어려운 환경·극단적 성향, 범행 동기로 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살해(살인미수)하려 한 김씨가 10일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김모씨(66)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고 추가 공범이나 배후 가능성도 일축했다.

이번 피습으로 이 대표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하면서도 논란이 컸던 습격범의 당적과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이 앞서 ‘부실·축소 수사’라는 지적받은 경찰과 비슷한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야권의 반발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검 특별수사팀은 29일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김모씨(67)를 살인미수·공직선거법위반죄로 구속기소하고, 김씨의 범행을 도운 A씨(75)를 살인미수방조·공직선거법위반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범행이 발생한 지 27일만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경찰로부터 ‘이재명 피습’ 사건을 송치받아 집중적으로 수사해왔다. 지난 17일 한차례 구속기한을 연장하면서 16차례 압수수색과 관련자 114명을 조사하는 등 보완 수사를 했다.

검찰은 김씨가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준비하고 여러 차례 시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칼로 목을 찌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지난해 4월쯤 범행 도구로 등산용 칼을 구입해 양날을 뾰족하게 갈고, 흰색 테이프로 감아 개조했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해 9월부터 나무둥치의 사람 목 높이 정도에 목도리를 고정한 후 자연스럽게 찌르는 연습까지 했다.

또 지난해 6월 부산 서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반대 규탄대회’를 시작으로 범행 전날까지 다섯 차례나 이 대표를 추적해 범행을 시도했지만, 경호 등의 이유로 접근하지 못해 실패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동안 범행 시도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대회’, 12월 부산 수영구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현장간담회’, 12월 서울 용산구 ‘길 위에 김대중 VIP시사회’ 등에서 이뤄졌다.

김씨는 범행 전날에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기회를 노렸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양산 평산마을로 이동해 아산으로 귀가하려 했다. 그러나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울산(통도사)역, 부산역을 거쳐 가덕도로 이동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밝혔다.

특히 검찰은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의무기록, 피해자 담당 의사들 진술, 의료자문 회신, 상처 부위 사진·CT 영상을 통해 이 대표의 상태를 확인하고 “칼이 조금만 더 깊이 또는 중심부로 들어갔다면 경동맥이 손상되어 사망 가능성이 있었다”고 봤다.

좌측 목빗근 위로 길이 1.4㎝ 자상(상처 깊이 2~2.5㎝)를 입은 이 대표는 근육을 뚫고 온 칼날에 동맥과 근육 아래 내경정맥의 앞부분이 9㎜ 정도(내경정맥 전체 원주의 60%) 예리하게 잘려져 혈관 재건술을 받았다.

검찰은 김씨가 어려운 경제적 환경 속에 홀로 생활하면서 극단적 정치 성향을 갖게 됐다는 점을 범행 동기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부터 공인중개사 영업 부진과 주식투자 손실, 사무실 임대료 연체 등이 쌓였고, 심근경색 등 건강 악화, 이혼 등을 겪었다.

이번 수사에서 검찰은 114명에 달하는 광범위한 인적 조사와 정당 가입·휴대폰 저장 자료, 블랙박스 영상, 금융계좌 추적 등에 나섰지만 추가 공범이나 배후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또 검찰의 수사 발표 자료에는 얼굴과 이름 등 김씨에 대한 구체적인 신상 정보도 담기지 않았다.

사건 발생 열흘도 안 된 지난 10일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와 다르지 않은 셈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후 야권에서는 “투명하고 철저한 전면 재수사가 필요하다”며 재수사를 하지 않으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특검) 등을 추진하겠다며 수사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이번 사건은 장기간에 걸친 계획으로 정치인을 살해하려 한 정치적 테러 범죄이며 선거의 자유를 폭력으로 방해한 사건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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