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컷오프 7명 누구?"...본선 진출 가를 '공천 전쟁' 시작
여야가 본격적인 공천 전쟁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29일 제22대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 공천 신청 접수를 시작한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31일 후보 면접에 나선다. 여야 모두 인적 쇄신을 이번 총선의 주요 전략으로 꼽고 있는 만큼 총선 예비후보들은 강도높은 '물갈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2월3일 오후 6시까지 지역구 후보 공천 신청을 받는다. 공천 신청 후보자는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와 국회의원 임기중 금고이상 형 확정시 세비 전액 반납 서약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운 정치개혁 과제로 공언한 것들이다.
국민의힘은 당내 최초로 인물이 아닌 '시스템 공천'으로 시행키로 했다. 공관위의 '현역 교체지수'에 따라 총 7명의 하위 10% 현역 의원이 컷오프된다. 컷오프를 피했더라도 하위 10~30% 구간에 포함되는 현역 의원들은 경선에서 득표율의 20% 감점을 받는다.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되는 이유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총선에서 컷오프되는 현역 의원 규모가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윤곽이 나오지 않았지만 (컷오프) 7명은 명확하다. 그 정도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당 기여도처럼 기준이 모호한 정성 평가 항목이 포함돼 있고, 최대 50곳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우선공천(전략공천) 지역을 두고도 잡음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공관위가 지난 23일 추린 '전략공천'(우선 추천) 지역에 누가 갈지를 두고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직 당협위원장(지상욱)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중구성동구을에 3선의 하태경·이혜훈 의원, 초선 이영 전 장관이 도전장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일단 국민의힘 공천 접수가 완료되면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부터 가급적 빨리 후보를 확정해 충분한 선거운동 기간을 확보해준다는 계획이다. 또 영입 인재 가운데 지역구 출마를 희망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출마 지역구 '교통정리'를 완료키로 했다. 다만 현역 교체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영남의 경우, 마지막까지 공천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 위원장은 "공관위원장으로서 얼마나 좋은 분들이 접수하는지 매일 확인할 것"이라며 "253개 지역구에 어떻게 (후보자를) 배치할 건가에 대해선 굉장히 전략적인 부분도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면접을 진행한다. 첫날에는 대구, 울산, 경북, 인천 일부 지역에 후보로 나선 이들을 대상으로하며 부산, 경남 예비후보들의 면접은 마지막날인 내달 5일 일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지역구별로 총 200회에 나눠 하루 평균 35건씩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당도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비후보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민주당은 이번 주 지역구 후보 면접을 진행하는 동시에 현역 '하위 20%' 명단을 개별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의정활동과 당 기여도 등 현역 평가 결과에 따라 '하위 20%' 의원들을 분류했다. 하위 20%는 경선 득표수 20%, 최하위 10%는 득표수 최대 30% 감산 페널티를 받는다. 이 경우 가산 20%를 받는 여성·청년 신인과 붙게 되면 경선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 본선 경쟁력 자체가 낮은 현역의 경우 경선 진출권을 얻지 못하고 컷오프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내 갈등이 재현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최고화하기 위해 국민참여공천 제도 도입을 들고 나왔다. 2002년 국민참여경선제를 실시한 것에서 나아가 공천 과정에서부터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민주당 공관위는 이날 국민 50만명이 참여해 공천 심사 기준을 정한 '국민참여공천 기준'을 확정했다. 이를 위해 최근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국민 의견 플랫폼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이렇게 마련한 국민참여공천 기준을 토대로 향후 공천 심사와 면접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병영 민주당 공관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제안한 공천기준을 심사와 면접에 반영해 명실상부하고 투명한 공천 심사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야가 본격적인 공천 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이르면 설 연휴 직전인 다음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공천 탈락자 명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합당을 하며 구심력을 키우고 있는 제3지대로 향하는 공천 탈락자들의 행렬이 이어질수도 있다.
국민의힘 한 예비후보는 "예전처럼 이른바 '공천학살' 전조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여전히 전략 공천, 단수 공천 지역과 명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현역은 물론 원외 예비후보들도 공관위의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역의원 지역구에 도전하는 한 야권 예비후보는 "혹시나 지역구 현역이 물갈이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얘기가 도는 것과 동시에 '검찰출신 누가 온다더라'라는 얘기가 같이 나오면서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며 "설 직전까지도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 이어질 듯하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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