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 문 8중 잠금장치' 국립제주박물관 수장고를 보다

김호천 2024. 1. 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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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과 펜, 카메라를 든 20여명의 기자가 신발에 파란색 커버를 씌우고 육중한 철문 앞에 섰다.

수장고가 바로 보일 줄 알았더니 웬걸 또 전자식 잠금장치가 달린 문이 나왔다.

수장고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4개의 문에 설치된 8중 잠금장치를 통과한 것이다.

다이얼식, 열쇠식, 전자식 등 세 가지 잠금장치로 구성된 철문과 전자식 문까지 추가로 설치돼 있는 것을 보니 영화에서나 보는 보물 도둑들도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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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박물관 수장고 첫 공개…"최신 전자식 격납시스템 도입"
3중 잠금장치 설치된 국립제주박물관 수장고 문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29일 국립제주박물관 이윤섭 학예연구사가 3중 잠금장치가 된 수장고의 첫 번째 철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4.1.29 khc@yna.co.kr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수첩과 펜, 카메라를 든 20여명의 기자가 신발에 파란색 커버를 씌우고 육중한 철문 앞에 섰다.

29일 국립제주박물관 수장고를 처음 공개한다는 사전 공지가 있어서인지 평소보다 많은 기자가 참석했다.

이윤섭 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수장고에 들어가기 전에 주의사항을 말하고, 문을 여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 연구사는 잠금장치를 해제할 때는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양문형 철문 앞에 선 그는 다이얼식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나서 열쇠를 구멍으로 넣어 돌렸다가 빼낸 뒤 목에 걸고 있던 카드키를 전자식 잠금장치에 갔다 댔다.

철컥하는 소리가 나자 핸드볼 공 크기의 쇠로 된 핸들을 돌려 한쪽 철문을 열었다.

수장고가 바로 보일 줄 알았더니 웬걸 또 전자식 잠금장치가 달린 문이 나왔다. 목에 걸고 있던 카드키를 다시 갖다 대고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제법 넓은 공간에 앞서와 똑같이 생긴 철문이 3개나 더 나왔다.

왼쪽은 유기물 소장품을, 가운데는 무기물 소장품을, 오른쪽은 대형 토기나 석조물 등을 수장하는 곳이라고 했다.

먼저 무기물 수장고의 철문을 좀 전과 같은 순서로 해제하고, 또다시 안쪽에 있는 문도 카드키로 해제했다.

수장고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4개의 문에 설치된 8중 잠금장치를 통과한 것이다.

다이얼식, 열쇠식, 전자식 등 세 가지 잠금장치로 구성된 철문과 전자식 문까지 추가로 설치돼 있는 것을 보니 영화에서나 보는 보물 도둑들도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수장고 안은 물론 수장고로 가는 동선 중간중간에 CCTV도 있어 출입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 같았다.

앞서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박진우 관장은 "관장도 수장고에 들어갈 때는 혼자 가지 못하고 반드시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수장고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국립제주박물관 소장품 쉽게 찾는 앱 설명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국립제주박물관 이윤섭 학예연구사가 29일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한 수장고에서 소장품을 쉽게 찾는 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4.1.29 khc@yna.co.kr

국립제주박물관은 2001년 6월 15일 개관 이후 처음으로 이날 언론에 수장고를 공개했다.

최근 2년 동안 약 15억원을 들여 노후하고 포화상태에 이른 수장고를 개보수함에 따라 소장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각 수장고 내부에 진도 6∼7 정도의 강력한 지진에도 소장품을 더욱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최신 전자식 모빌랙(Mobile Rack) 격납장을 설치했다. 덕분에 소장품 격납 면적이 기존보다 227% 증가했다.

또 상대적으로 습도와 염분도 높은 제주의 공기 특성을 고려해 3중 필터 공기 정화시스템을 설치하고, 화재 진압에 사용할 소화가스를 기존 할론가스에서 친환경 가스로 바꿨다.

특히 온습도 등 환경에 민감한 서화와 직물류 등을 최적의 상태로 보관하기 위해 맞춤형 '중성 보관상자'를 제작해 소장품 격납의 안전성을 한층 높였다. 혹시나 상자에서 나오는 산성이나 염기성 성분에 의해 소장품이 변질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박진우 관장은 "국내 박물관 중에서는 가장 선진적인 격납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이번 수장고 환경개선 사례가 제주지역 공사립박물관 수장고 개보수의 선구적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는 "제주박물관은 '누구나 어디서나 모두를 위한 박물관'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주를 찾는 모든 세대와 계층이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편안하게 체험하고 알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제주박물관은 현재 총 5만3천900여점의 유기물과 무기물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소장품 중 제주목사 이익태의 탐라에 대한 기록인 보물 제2002호 지영록(知瀛錄)이 있고, 기탁품 가운데 300여년 전 제주의 모습을 담은 보물 제652-6호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등이 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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