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살까지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식사량 30% 줄이세요"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4. 1. 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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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지포 참가 루이지 폰타나 시드니大 교수
최고 장수 비결은 식이요법
당류·가공식품 섭취 최소화
하루 16시간 공복 유지 권장
세계 물리적 수명 증가 추세
질병 따른 의료비 늘어날 것
맞춤 의료 서비스 성장 기대

◆ 세계지식포럼 ◆

지난해 9월 제24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루이지 폰타나 호주 시드니대 의학·영양학 교수가 '간헐적 단식과 장수 식사법' 세션에서 청중과 소통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언제 죽는 게 가장 이상적일까요? 80세면 충분한가요? 120세 이상은 어떠신가요?"

'장수로 가는 길(The Path to Longevity)'의 저자이자 식이요법이 인간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루이지 폰타나 호주 시드니대 의학·영양학 교수가 제24회 세계지식포럼 '간헐적 단식과 장수 식사법' 세션 초반에 이상적인 수명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중요한 것은 단순 수명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이란 얘기다. 폰타나 교수가 "만약 120세까지도 충분히 건강하고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 수 있다면 좀 더 오래 살고 싶지 않으신가요?"라고 묻자 객석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폰타나 교수는 "노화는 시간에 따라 세포와 기관의 손상이 축적돼 진행된다"면서 "이러한 손상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속도가 늦춰질 수도 있고 가속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가 들면서 진행되는 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식이요법으로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폰타나 교수는 "지금까지 수백 건 넘는 연구논문을 통해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양을 줄이거나 시간을 단축하는 식이제한이 사람을 비롯한 많은 생물체에서 장수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제시카 이버트 미국 세인트루크스 메디컬센터 전문의가 2003년 국제학술지 '노인학 저널(The Journals of Gerontology)'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0세 이상 장수한 424명의 표본집단 가운데 약 19%는 100세 전에 고령과 관련된 질병을 앓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43%는 80세 이후에 고령 관련 질환을 앓았고 나머지 38%는 80세 이전에 이 같은 질환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폰타나 교수는 "쌍둥이 수백만 쌍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수에서 유전적인 요인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며 "결국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노화와 수명을 결정짓는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폰타나 교수는 수십 년간 각종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장수 비결로 △건강한 식이요법 △꾸준한 신체 운동 △스트레스 감소를 위한 명상 △두뇌 인지 훈련과 숙면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지능 함양 △자신감 고취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강한 식이요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 통곡물, 생선 등 해산물, 견과류, 식물성 오일 등은 섭취를 늘리고 당류, 가공식품, 짠 음식, 주류 등은 최소화하는 것이 심혈관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 얼마나 섭취하느냐도 중요하다는 게 폰타나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세포의 과포화는 모든 질병의 원인이다.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되면 일부 세포가 에너지를 내기 위해 세균이나 불필요한 단백질, 세포 기관, 미토콘드리아를 먹는다"며 "결국 간헐적 단식은 세포의 과포화 현상을 예방해 다이어트를 넘어 건강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은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매일 하루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면서 낮 12시~오후 8시 안에만 식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성인의 하루 칼로리 섭취 권장량은 2000㎉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30% 덜 먹는 편이 심장 등 장기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폰타나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물리적 수명이 늘어난 만큼 보건 시스템 역시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와 교육, 의료 서비스와 맞물린 적절한 식이요법의 보급 없이는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크게 늘 것이고 이렇게 되면 국가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폰타나 교수는 시드니대의 'CPC RPA 헬스 포 라이프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는 "모든 환자는 개인별 전문 상담을 거쳐 그룹 세션, 온라인 건강관리 플랫폼 등을 통해 맞춤 식이요법과 운동을 함께 제공받고 있다"고 말했다.

폰타나 교수는 이와 같은 개인 맞춤형 의료·건강 서비스를 중심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웨어러블 기기 등 기술이 접목된 웰니스(wellness)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건강수명 연구와 관련 제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음료, 화장품, 웨어러블 기기, 숙면 보조용품, 운동 관련 상품 등을 통합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도 머지않아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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