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기술 대전환 프로젝트…수전해 등 지역 산업 부흥 이끈다
전국 7곳에 기술실용화본부
지역 기업과 제조 전과정 협력
수익증대·산업 활성화 이끌어
스마트 농기계·친환경 에너지
SMR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3D 프린팅으로 방산부품 개발
경북 봉화, 영양, 청송군과 전북 무주, 진안, 장수군을 합한 인구와 서울 송파구 인구 중 어디가 더 많을까. 이들 여섯 곳을 다 합쳐봐야 송파구 인구의 20%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지방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산업 소멸을 막기 위해 과학기술과 인공지능(AI) 등으로 제조업계를 지원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른바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다. 전국 열 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와 기술실용화본부가 각자 강점을 살려 지역 기업 부흥을 돕기로 했다.
이상목 생산기술연구원 원장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업의 수익 증대와 지역 산업 활성화를 견인할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제조업 경쟁력 퇴보 막는다
생기원은 인천에 지능화뿌리기술연구소, 경기 안산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 충남 천안에 지속가능기술연구소를 두고 있다. 인천 연구소는 반도체, 모빌리티,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뿌리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한다. 앞으로 신산업 대응 애자일(agile)제조 기술, 주문형 협업 생산 등 유연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안산 연구소는 로봇, 자율제조 등 융합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천안 연구소는 탄소중립 기술에 특화돼 있다.
기술실용화본부는 일곱 곳에 있다. 서남기술실용화본부(광주), 동남본부(부산), 대경본부(대구), 강원본부(강릉), 울산본부, 전북본부(전주), 제주본부 등이다. 서남본부와 대경본부는 모빌리티, 동남본부는 극한에너지시스템을 개발한다. 강원본부는 기능성 소재, 울산본부는 수소 기술을 담당한다. 전북본부는 특수목적기계, 제주본부는 청정에너지시스템에 특화했다.
앞으로 이들 연구소와 본부는 지역 대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첨단 기술 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개념 연구개발(R&D)→설계→생산→마케팅 및 유통→판매에 이르는 과정 전반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 제조기업 대부분은 수직계열화된 납품구조 속에서 설계 역량 없이 생산만 담당하고 있어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게 생기원의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3065개에 이르는 협력 기업을 기술 수준별로 세 단계로 나눠 지원하기로 했다.
○SMR로 수소 생산 추진
전북본부는 국내 3대 농기계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TYM과 부하감응형 변속기, 스마트 캐빈 등 개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시작된다. 생기원은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시, TYM과 함께 농기계 산업 기술 개발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서남본부는 목적기반 모빌리티(PBV)를 주력 분야로 정했다. PBV는 도심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를 말한다. 대중교통뿐 아니라 이동형 창고, 물류 배송 로봇 등 다양한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생기원이 그리는 PBV의 세 가지 필수 요소는 자율주행, 전용 플랫폼,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대경본부는 모빌리티 부품에 집중한다. 보다 좋은 전기차와 수소차를 만들기 위해선 모터 등 전동화 부품 개발이 중요하다. 생기원은 MSO코일이라는 독자적 모터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생기원 관계자는 “MSO코일 같은 부품의 해석, 설계, 제조 공정을 설치 및 평가할 수 있는 특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층제조·하이테크 베어링·항공모빌리티·건설기계 디지털트윈센터 등이다. 동남본부는 극저온, 초고압, 우주 고방사선 등 극한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에너지원 개발에 나섰다.
울산본부의 주력 분야는 수소다. 각국 기업이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과 연계한 수전해(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이미 확보한 암모니아 크래킹 기술로는 암모니아-수소 혼소 발전소를 짓기 위해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 등과 논의하고 있다.
축적해온 3차원(3D)프린팅 제조기술 노하우는 각국에서 대세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우주방위 산업에 적용하고 있다. 생기원은 2022년 10월 해군 군수사령부 정비창과 업무협약을 맺은 뒤 3D프린팅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엔 금속와이어 3D프린팅 기술로 광개토대왕함의 손상된 디젤엔진 부품을 하루 만에 수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엔 평균 3개월 이상 걸리던 작업이다. 급증하고 있는 인공위성 발사 수요에 대응해 미터급 발사체(로켓) 부품을 3D프린팅으로 양산하는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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