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같은 역전, 통산 9승 넬리 코르다 “18번홀에서 골프의 신이 선물을 주었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도 여전히 우승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게 수확이다.”
여자골프 전 세계 1위 넬리 코르다(미국)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던 열세를 뒤집고 1년 2개월 만에 우승했다. 마지막 두 홀을 남기고 3타차로 끌려갔으나 기적처럼 동타를 만든 끝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통산 9승을 거뒀다.
코르다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브래든턴CC(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총상금 175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1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2타를 잃었지만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공동선두를 지킨 뒤 두 번째 연장에서 이겼다. 우승상금은 26만 2500달러(약 3억 5000만원).
2021년 여름 처음 세계 1위에 오른 코르다는 도쿄 올림픽을 제패하고 시즌 4승을 올리며 절정을 누렸으나 2022년 초반 혈전증 발병 이후 주춤댔다. 그해 펠리칸 여자 챔피언십(11월)에서 우승하며 부활하는 듯했지만 2023년에는 허리부상 때문에 정상 근처를 맴돌다 결국 우승없이 한 해를 보냈다. 세계 6위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4위로 올라선 코르다는 절치부심 끝에 맞은 올해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하고 정상탈환을 향한 발판을 다졌다.
리디아 고, 메건 캉(미국) 등 공동 2위에 4타차 앞서 출발한 코르다는 16번홀까지 5타를 잃고 리디아 고에게 3타차로 역전 당한채 17번홀(파5)을 맞았다.
승부가 이미 갈렸다는 생각에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한 17번홀에서 이글을 잡아 희망을 살린 코르다는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더하고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코르다는 “18번홀 세컨샷은 높게 띄워친게 너무 짧게 떨어졌는데 홀에 잘 붙었다. 운이 따랐고, 골프의 신이 거기서 내게 선물을 주었다”고 돌아봤다.
18번홀에서 치른 두 번째 연장에서 코르다는 리디아 고의 2m 파 퍼트가 실패한 뒤 1.5m 길이의 파 퍼트를 넣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열성적인 고향팬의 응원에 화답한 코르다는 “극적이고 재미있는 승부였다. 대단한 하루”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지난주 시즌 개막전에서 통산 20승을 거두며 1년 2개월 만에 부활한 리디아 고는 2010년 미야자토 아이(일본) 이후 14년 만의 개막 2연승을 재현하는 듯했으나 문턱에서 물러났다. 1승만 더하면 이룰 수 있는 LPGA 명예의 전당 입성도 미뤘다.
리디아 고는 “두 번째 연장 첫 퍼트만 빼면 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개막전 우승에 이어 2위를 했으니 만족한 출발이다”고 말했다.
김세영이 공동 13위(3언더파 281타)로 한국선수중 최고 순위에 올랐고 데뷔전을 치른 이소미와 3년차 최혜진이 공동 16위(2언더파 282타)를 차지했다. 성유진은 공동 35위(2오버파 286타)로 데뷔전을 마쳤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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