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면 사고 팔라면 팔아라”…코인 차트 예측의 신(神), 사기꾼이었다

4달간 37명 피해자로부터 28억원 뜯어내
거래사이트, 점검 명분 중단 후 돌연 폐쇄
“실제 피해 규모는 300억원 이상일 것”

일러스트=손민균

경찰이 가짜 코인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며 피해자들로부터 약 28억원의 돈을 뜯어낸 일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알려주는 대로 코인 파생상품을 매수·매도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현혹한 뒤 개인 계좌로 입금을 유도했다. 그러나 실제 코인 거래는 없었고, 거래 수익이라며 입금된 돈은 다른 투자자들 돈이었다고 피해자 측은 주장한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광명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장모씨를 포함한 6명을 수사 중이다. 장씨 일당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가짜 코인거래 사이트 ‘코인엑스오(XO)’를 운영하며 피해자 37명으로부터 28억5600만원에 달하는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중순 장 모씨와 그 일당이 개최한 코인엑스오 투자설명회 현장 사진. 맨 왼쪽 회색 자켓을 입은 게 장씨. /독자제공

장씨 일당은 경기도 소재 식당, 서울 소재 호텔, 카페 등 여러 곳에서 투자 설명회를 열며 피해자들을 끌어들였다. 자신들이 운영 중인 사이트에 돈을 충전한 뒤 장씨 지시에 따라 타이밍을 맞춰 특정 코인을 매수·매도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렇게 매수·매도를 지시하는 행위를 일당은 “픽(pick)을 준다”는 말로 표현했다.

장씨가 픽을 주는 대로 피해자들이 코인을 매수·매도하면 거래 성공으로 수익이 발생했다며 사이트에 가입한 피해자들 계정에 사이버머니가 쌓였다.

그러나 장씨 측이 지시한 매수·매도는 아무런 실체가 없는 행위였다는 게 피해자들 주장이다. 갖고 있는 코인을 팔아 수익을 내려면 코인을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매수·매도 주문을 넣은 뒤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씨 일당이 운영한 사이트에서는 장씨 지시대로 매수·매도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곧바로 수익이 발생했다며 사이버머니가 늘어났다.

장씨가 카카오톡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코인 매도·매수를 지시하는 모습(왼쪽). 장씨 지시에 따라 코인엑스오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매도·매수를 안내하는 화면이 나온다(오른쪽). /독자제공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노성환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수익 명목으로 늘어난 사이버머니는 전산상에 숫자로만 존재한 것이고 실질적인 코인 거래는 없었다”며 “거래 수익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지급된 돈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뜯어낸 투자금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는 여러 사정으로 피해자 중 일부만 고소를 해서 피해 규모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전체 피해액은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가족이 1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는 양모씨는 “사이트상에서 수익이 계속 발생하는 걸 확인하고 투자금을 늘렸다”며 “11월 중순부터 매일 1000만원씩 돈을 뺐는데 갑자기 사이트가 닫혀 투자금을 모두 잃었다”고 말했다.

코인엑스오 홈페이지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일시 점검에 들어갔다. 당시 사이트 접속은 물론 출금도 불가능했다. 이후 27일 아예 사이트가 사라졌다. 현재도 기존 사이트 주소로 접속하면 존재하지 않는 사이트라는 안내만 나올 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 권유 과정에서 지시한 대로 매매하고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불법 거래소에서 전산 조작을 통한 것일 수 있어 의심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불법 거래소에 이체한 원금, 투자수익에 대해 출금을 요청하면 세금 등을 사유로 추가입금을 요구하며 출금을 거부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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