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식품기업 덩치 키웠다…‘3조 클럽’ 입성 기업은?
‘K푸드 열풍’ 타고 ‘3조 클럽’ 식품 회사 총 10곳으로 확대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고물가와 고금리 등 불황 속에서도 식품업계는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롯데칠성)와 풀무원, CJ프레시웨이가 식품업계의 상위 기업을 가르는 기준인 '매출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업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 '3조 클럽'에 들어선 식품 기업은 10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식품업계 과제…'칼로리'부터 '지속가능성'까지
그동안 식품업계에서 '매출 3조원'은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처럼 여겨졌다. 제한적인 국내 시장 규모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매출 규모를 늘리는 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식품 기업의 매출 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에 발맞춰 식품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매출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2022년 농심과 오뚜기,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등이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SPC삼립 등이 자리 잡고 있던 '3조 클럽'에 진입한 바 있다. 롯데칠성과 풀무원, CJ프레시웨이 등 지난해 성장세를 보인 식품 기업들은 해외 수출 뿐 아니라 효과적인 마케팅과 환경 변화에도 힘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칠성은 음료업계에서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제로 열풍'을 불러왔던 제로 슈거 소주 '새로'와 연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밀키스 등이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연 매출 1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는 롯데칠성의 소주 시장 점유율을 21%까지 끌어올린 효자로 불린다.
롯데칠성이 경영권을 취득한 필리핀펩시(PCPPI)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지난해 4분기부터 연결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PCPPI의 2022년 매출은 1조원에 육박한다. 증권가는 이를 감안해 내년 롯데칠성 매출액을 4조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PCPPI를 통한 외형 성장과 함께 매출 발생 지역이 다각화된 점 또한 긍정적"이라며 "내년 해외 매출액 비중은 올해 대비 15.6%포인트(p) 증가한 29.25%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데믹 전환도 영향…트렌드에도 힘 실었다
풀무원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효율 풀무원 대표는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1984년 창사 첫해 매출 7800만원에서 시작해 국내 바른 먹거리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40년 만에 3조 클럽에 입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풀무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08% 늘어난 3조393억원으로 전망된다. 특히 엔데믹 이후 급식 사업과 식음료 위탁 운영 사업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매출이 신장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상 회복에 따라 단체급식 수주가 확대된 데다 휴게소나 공항 등에서 식음료 영업이 재개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풀무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휴게소·컨세션 사업이 최악으로 치닫자 위탁 급식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대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추진한 급식 사업이 실적 회복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풀무원은 4대 핵심 전략으로 식물성 지향, 동물 복지, '건강한 경험', '친환경 케어'를 정하고 이들 사업에 대한 인프라 투자 확대를 예정했다. 이와 관련한 공급망과 인프라를 대폭 개선해, 향후 3년 내 지속가능식품 매출을 1조7000억원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거점 지역에서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고, 동남아·캐나다·유럽 시장 확장에도 나서기로 했다.
국내 사업에서는 기존 주력 제품과 미래 먹거리 신제품 출시, 식물성 대체육을 포함한 '지구식단' 핵심 육성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풀무원은 지구식단의 전속 모델로 이효리를 기용하면서 지속가능식품에 대한 마케팅에도 힘을 줬다. 풀무원이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선정한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 유통사업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상품 출시, 단체 급식 증가 등으로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이누리(키즈)와 헬씨누리(시니어) 등 생애주기별 전문 솔루션을 기반으로 차별화한 상품을 운영해 식자재 사업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이 솔루션을 기반으로 NGO 단체와도 협력하는 등 사회 서비스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리 단계를 간소화하고 인력을 최소화하는 CJ프레시웨이의 '키친리스' 전략이 단체 수주 확대와 영업이익 증가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인 간편식 테이크아웃 코너 '스낵픽'을 도입하는 고객사들이 늘어나면서 매출도 확대된 바 있다.
간단한 식사류부터 베이커리, 음료 등 다과류까지 제공하는 스낵픽은 MZ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베이커리 브랜드와도 협업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다. CJ프레시웨이는 고객을 락인시킬 수 있는 트렌디한 전략을 통해 단체 급식 운영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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