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사우디전 앞둔 클린스만호…“공·수 밸런스를 회복하라”

31일 새벽 아시안컵 16강전 맞대결
황희찬·김진수 선발 복귀 전력 보강
스타 출신 양 팀 사령탑 자존심 대결

손흥민 등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8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가벼운 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우승하기 위해 왔다. 믿는다.”(클린스만 감독)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나서겠다.”(오현규 공격수)

클린스만호가 31일 새벽 1시(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경기장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16강전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를 앞두고 결의에 차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우리는 목표가 뚜렷하다. 믿어달라”며 결전의 자세를 보였고, 젊은 공격수 오현규는 “말이 아닌 경기력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단 분위기가 똘똘 뭉친 것은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실망스러운 플레이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전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포부를 밝혔지만, 경기 내용은 팬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조별리그 2~3차 요르단(2-2), 말레이시아(3-3)전에서 간신히 무승부를 거두면서 체면을 구겼다.

클린스만호의 약점은 공격 위주의 전술 운용이 빚어내는 균형의 붕괴다. 현지 적응의 어려움 탓인지, 선수들은 공을 빼앗겼을 때 압박과 수비 전환의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원이 비면서 1~2번의 패스로 상대 침투가 이뤄졌고, 한국의 수비선은 흔들렸다. 공·수 밸런스와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16강전에서는 수비를 보완하면서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다행히 공격수 황희찬과 풀백 김진수가 선발로 나설 수 있을 정도로 부상에서 회복됐고, 단판전이라는 특성이 선수들의 필승 의지를 자극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축구연맹 순위 56위로 한국(23위)에 뒤진다. 역대 맞전적에서는 5승8무5패로 백중세.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열렸던 두 나라 평가전에서는 클린스만호가 1-0으로 이긴 바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만 1골을 내주는 등 실점이 적고,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알다우사리가 역전 결승골을 넣는 등 개인기를 갖춘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지난해 8월 부임한 만치니 감독은 3천만유로(약 435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탈리아 대표팀을 유로 2020에서 우승시킨 그가 사우디의 수비력을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 선수 출신인 만치니와 클린스만 감독(연봉 28억원 안팎)의 지략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나라는 조별리그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한국팀이 16강 토너먼트부터는 평소 보여주었던 전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또 수비 안정화가 급선무인데,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완벽한 몸 상태에서 뛰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사우디전 고비를 넘으면 8강에서는 16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4-0으로 꺾은 호주와 맞선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