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맹그로브 숲’, 전남서도 보게 될까?…기후변화에 신안서 시험 재배 재추진

강현석 기자 2024. 1. 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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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국가인 푸에르토리코의 해안에 서식하는 맹그로브. 맹그로브 숲은 아열대와 열대 해변에서 나타나며 갑각류나 조개류, 어류의 주요 서식지다. 위키피디아 제공

동남아시아 해안가에 뿌리를 내려 쓰나미 등 자연재해를 막고 해변 침식을 막아주는 맹그로브 숲을 전남지역에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5년 전 시험 재배는 실패했으나, 그사이 기후변화로 전남 해안 지역 기온은 빠르게 상승해 숲 조성 가능성이 커졌다.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는 29일 “탄소 흡수와 저장능력이 뛰어난 맹그로브 숲 조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신안군과 도초도 해안가에 맹그로브를 심을 계획이다.

아열대 지역 해안이나 강 하구 등에서 주로 자라는 맹그로브는 바닷물에서도 적응해 생존할 수 있다. 대표적인 ‘블루카본’(해양 생태계의 탄소 흡수원)으로 꼽힌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2019년 발표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서 블루카본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공식 인정했다.

전남 도초도 해안은 맹그로브가 무성하게 숲을 형성한 지역과 염분 농도가 비슷하고 바람이 적은 지형적인 특성이 있어 생육 적응 시험의 적지로 꼽힌다.

문제는 한국 기후에 적합한 수종을 찾는 일이다. 전남도는 지난 2009년 처음으로 해남과 강진, 완도 등 남해안에서 맹그로브를 시험 재배에 나선 적이 있다. 당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묘목 116그루를 가져다 심었는데 실패로 끝났다.

일부 나무는 겨울까지 자라기도 했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를 견디지 못해 모두 고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당시 담당자들은 “야외 생육은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전남도는 10여 년 사이 급속히 진행된 기후변화에 주목해 숲 조성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평균 기온이 상승한 만큼 ‘반짝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수종을 찾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남 해안의 기온은 빠르게 상승 중이다. 목포의 경우 2010년 평균기온이 13.5도에서 지난해 14.9도로 1.4도 높아졌다. 완도는 같은 기간 14도에서 15.6도로 1.6도나 상승했다.

전남도는 한국과 기후가 비슷한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자라고 있는 맹그로브를 검토하고 있다. 시즈오카의 맹그로브는 일본 오키나와 지역에서 자라는 수종을 옮겨와 인공적으로 숲을 조성했다.

박종석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 산림생명지원과장은 “아열대 식물이 한국의 야외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갑자기 찾아오는 추위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전남지역 기후에 적응 할 수 있는 맹그로브 수종을 찾아 이르면 내년부터 시험 재배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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