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습격한 소년…중증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가능했다면

차현아 기자 2024. 1. 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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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공포의 거리①
[편집자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습격한 만 15세 소년은 정신질환이 의심돼 응급입원 조치됐다. 2023년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도 정신질환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지만 사법입원제 도입 등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 개선은 감감무소식이다.

[서울=뉴시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리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행인으로부터 머리를 가격당했다. 배 의원은 둔기로 추정되는 물체에 맞았으며, 피를 흘려 순천향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진은 배현진 의원 피습관련 CCTV 화면. (사진=배현진 의원실 제공) 2024.01.25. *재판매 및 DB 금지

"자유는 광인이 미치게 되는 이유이자 광기가 아직 주어지지 않은 가운데 광인이 비(非)광기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

유럽에선 중세까지 중증 정신질환자도 함께 어울려 살았다. 그러다 이들을 격리하기 시작한 게 근대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푸코는 설파했다. 그들 모두 위험한 행동을 하는 건 아니다.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다. 하지만 그들 중 극히 일부로 인해 누군가는 죽거나 다친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격리 여부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습격한 피의자 중학생 A군은 평소에도 친구들에게 콩알탄을 던지고 스토킹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최근 우울증 증상이 심해져 폐쇄병동 입원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경기 분당 서현역에서 '묻지마 칼부림' 테러를 저지른 최원종, 2019년 경남 진주시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칼을 휘둘러 5명을 살해한 안인득 역시 중증 정신질환 병력이 있으면서 사건 전까지 입원 치료를 한사코 거부했다. 중증 정신질환자들에 의한 강력범죄가 잇따르지만 국회에선 확실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중증 정신질환자 격리 관련 제도 개선 법안은 현행 '응급입원제'에 대한 보완 입법 정도다. 응급입원제는 급박한 상황에 한해 경찰과 의사의 동의에 따라 3일 간 입원치료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8월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응급입원을 의뢰하는 주체에 경찰과 구급대원을 추가한 것이 골자다. 현행 법은 정신질환자를 발견한 사람이 의사와 경찰 모두의 동의를 받아 병원에 응급입원을 의뢰하도록 돼 있다.

최 의원의 법안은 응급입원 의뢰를 받은 응급정신의료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의뢰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되 필요한 경비는 정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최근 의료기관이 인력난 등으로 응급입원을 거부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응급입원을 거부당한 이들은 △2020년 382명(전체 의뢰자의 7%) △2021년 530명(6.9%) △2022년 1042명(9%)이다. 2021년 기준 응급입원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시간이며 하루가 넘게 걸린 경우도 있었다.

최 의원 이외에도 △임호선 민주당 의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등이 응급입원제 보완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최 의원 안은 물론 나머지 법안 모두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뒤 제대로 논의 한 번 이뤄지지 않았다.

강제입원 여부를 법원이 결정할수 있도록 하는 선진국형 제도인 '사법입원제'의 경우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처리가 무산된 뒤 21대 국회에선 아예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야 보건복지부가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통해 사법입원제 도입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며 밝히면서 비로소 논의가 시작됐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강제입원은 2명 이상 보호의무자의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전문의가 일치된 소견을 내놔야 가능하다. 응급입원 뿐 아니라 전문의 진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권한을 가지는 '행정입원' 등도 있지만 소송 등의 우려로 실제 강제입원이 이뤄지긴 쉽지 않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현재 청소년 정신질환 관련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3개 부처에 분산돼있다"며 "(청소년 건강관리를 위해) 상담과 예방, 치료, 관리 등 전주기를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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