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위기 상징 ‘헝다’ 법원서 청산 명령…경제회복 노력 속 악재

이종섭 기자 2024. 1. 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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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헝다그룹 건물 외관.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위기를 상징했던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이 결국 홍콩 법원에서 청산 명령을 받았다. 중국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경제 회복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헝다 측의 항소 가능성과 홍콩 법원의 관할권 문제가 남아 있다.

홍콩 고등법원은 29일 막대한 부채를 지닌 헝다그룹을 청산해달라는 채권자들의 청원을 승인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소송 심리를 맡은 린다 찬 판사는 이날 “심리가 1년 반 동안 이어졌지만 헝다 측이 여전히 3280억달러(약 438조원)의 부채를 구조조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청산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톱샤인글로벌이 헝다에 투자한 8억6250만홍콩달러(약 1475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제기했다. 헝다는 소송 제기 이후 채권자와 당국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며 청산 심리를 7차례 연장해 왔지만 채권자가 수용할만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결국 청산 명령을 받게 됐다.

한때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였던 헝다는 2020년부터 중국 당국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부딪힌 헝다는 2021년 말 역외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앙지이자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헝다의 총부채는 2조3900억위안(약 444조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부동산 개발업체라는 오명도 얻었다.

법원의 청산 명령에 따라 헝다는 법원이 지명한 임시 청산인의 관리 하에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임시 청산인은 헝다의 경영권을 인수해 자산을 통제하고 부채 구조조정 협상 등을 진행하게 된다.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하려면 임시 청산인에게 채무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율은 3% 정도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헝다는 지난해 7월 홍콩 법원 심리 과정에서 회사가 청산될 경우 회수율이 3.4%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청산 과정도 간단치 않아 최소 몇 개월에서 최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우선 헝다 측의 항소가 가능하고 홍콩 법원의 판단이 중국 본토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다. 2021년 중국과 홍콩 사이에 국경 간 파산 사건 관련 협정이 체결됐지만 이번 명령이 본토에서 제대로 효력을 가지려면 중국 본토 내 3개 지정 법원 중 한 곳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만약 홍콩 법원 명령이 인정을 받지 못하면 중국 본토 내 자산에 대한 집행 권한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청산 절차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헝다가 시행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에 미칠 영향을 크지 않다. 헝다는 2020년 연례보고서에서 1200건 이상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중국 내에서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헝다는 이날 법원 결정이 나온 후 “앞으로 국내외 채권자의 합법적 권익 보장을 전제로 그룹 업무의 정상적인 경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동시에 청산인과 적극 소통하고 국제적 관례와 시장 규칙에 따라 채무 해결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가 취약한 중국 자본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는 “헝다 청산 명령은 금융 시장에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이 경기 부진과 부동산 시장 악화, 5년만에 최처치 수준으로 떨어진 주식 시장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신뢰에 또 다른 충격을 가하면서 성장을 꾀하려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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