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대출 1년 새 12조원 줄어…역대 최고 감소액

새마을금고의 대출 잔액이 1년 새 12조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감소액이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로 기업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가계 대출까지 대폭 축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새마을금고의 여신(대출) 잔액은 189조733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말 201조6475억원에서 5.9%(11조9144억원) 급감했다. 통계가 작성된 1993년 이후 가장 큰 감소액이다. 새마을금고 대출 잔액은 2022년 12월부터 12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가계 대출과 기업 대출이 모두 축소됐으나 가계 대출의 감소 폭이 특히 컸다. 지난해 11월말 가계 대출 잔액은 61조6049억원으로, 2022년말 67조5055억원에서 8.7%(5조9006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기업 대출은 110조740억원에서 108조9766억원으로 잔액이 1.9%(2조974억원) 감소했다.

새마을금고의 기업 대출 잔액은 부동산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대폭 쪼그라들었다. 새마을금고는 기업 대출 규모를 2020년 이후 빠르게 키웠는데, 신규 대출의 대부분은 건설·부동산 기업에 빌려줬다.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PF 잔액도 이 기간 급증했다. 2019년말 1694억원에 불과했던 부동산PF 잔액은 지난해초 15조7527억원까지 불어났다.

부동산PF를 비롯해 갑작스럽게 키운 기업 대출이 경기 악화로 부실해지자 새마을금고는 2022년 하반기부터 대규모 기업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해 7월 부동산PF 부실 우려로 '뱅크런'(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하고 나선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연계하지 않고는 거액의 대출을 취급할 수 없게 내규를 정비하기도 했다.

가계 대출의 문턱도 재정 악화로 인해 함께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상반기 12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2022년 고금리 예금 상품 판매로 이자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지난해엔 재정이 나빠지며 2022년과 달리 고금리 예금 상품을 판매할 여력이 줄어들었고 수신을 축소하면서 가계 대출 신규 취급도 최소화하게 됐다.

새마을금고의 대출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가 뱅크런 사태 이후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기업 대출의 고삐를 죄고 있어서다. 다만 가계 대출 공급은 서서히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중앙회는 새마을금고의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가계 대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는 기업과 가계 대출의 비중이 각각 57%, 33%다.

중앙회 관계자는 "2022년 하반기부터 대규모 건설·부동산 대출을 굉장히 소극적으로 취급했다"며 "이로 인해 대출 총량이 줄었으나 앞으로는 중·저신용자 가계 대출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