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어린 고양이 어디서 데려왔나”···촬영장 동물 보호 문제 불거져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건상 상태가 안좋아 보이는 고양이가 출연하자 ‘어디서 데려온 고양이이며, 촬영 이후 건강상태가 어떤지 궁금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 15일 방영된 회차에서 주인공 강지원(박민영 분)이 새끼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며 돌보는 장면이다. 눈 주위에 검은 눈곱이 매달려 있고 허겁지겁 사료를 섭취하는 모습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에 지난 27일 동물권행동 카라는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tvN 측으로부터 받은 관련 질의응답을 공개했다. 제작사 측은 “출연 고양이는 동물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섭외했으며 촬영 전후 안정적인 사료 섭취와 활동성을 보여줬으며 현재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권나미 카라 활동가는 “훈련받은 동물 배우들을 에이전시가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정 외양의 동물을 요청하면 보호소에서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며 “1개월령으로 추정될 정도로 매우 어리고, 길에서 구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상태라 촬영 현장에서의 보호가 우려된다”고 했다.
카라의 ‘카라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은 “개·고양이는 인도주의적인 방식으로 훈련된 16주령 이상의 동물을 출연시킬 것을 권고한다”고 돼 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해외에서는 되도록 살아있는 동물보다는 CG로 필요한 장면을 대체하곤 한다”며 “제작비와 촉박한 시간 문제가 있겠지만 촬영 현장에서 동물 활용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7일 촬영 중 말의 다리를 밧줄로 묶어 고꾸라지게 한 혐의(동물학대)로 재판에 넘겨진 ‘태종 이방원’ 제작진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촬영 중 동물학대 혐의를 인정한 첫 판결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2월 말 해당 말의 학대 의혹이 불거진 직후 ‘영상 및 방송 매체 출연동물 보호 안내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최종본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정부가 개입해 촬영장에서의 동물 학대를 막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방송사·제작사가 이를 준수하겠다는 자율 협약을 맺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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