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북한 '전쟁 불사' 증거 없어…과거와 다를 것 없다"
"북러 더 많이 기술 공유할 것…이미 성과 보고 있는지도"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최근 북한이 연이어 무력 시위에 나서고 한국을 상대로 위협적 발언을 거듭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전쟁을 준비 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또 다른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측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증거가 없고, 과거와 다를 것이 없는 언사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29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지난 27일 이 매체의 '워싱턴 톡'에 출연한 시드니 사일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국장과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은 근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북측의 거친 언사들에 대해 이 같은 해석을 내놨다.
앞서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 등은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위협적인 언사들이 단순한 엄포가 아닐 수 있다며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점친 바 있다.
사일러 전 국장은 "북한군 태세 자체에 특이 사항이 없는데, 이게 중요하다"며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지방 경제 상황 개선을 강조했는데, 전쟁 준비 말고도 다른 것들을 크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걸 보면 '전쟁 전야'라는 발언은 과장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군 100만 명이 곧 연례 동계 훈련에 나서고, 특히 미한 연합훈련에 대응해 무력 시위와 미사일 발사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몇 달 동안 북한이 더 위협적 언사를 쏟아내고 여기에 놀아나는 우려도 더 커질 것"이라며 "북한의 말과 행동에 예리하게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영역이지만 현재로서는 전쟁이 임박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피터스 연구원도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에서 봤던 것처럼 장기적 유혈 충돌에 대비해 자국민을 단련시키는 모습을 북한에선 보지 못했다. 장기전을 위해 필요한 물자를 비축하고 사전 배치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며 "따라서 전쟁이 임박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 나오는 매우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언사는 5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25년 전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안타깝지만 북한이 항상 하는 일"이라며 "군사 대책을 포함한 모든 신중한 예방 조치를 취하고 준비하는 것은 물론 해야 하겠지만 '제2의 한국전쟁'이 곧 발발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일러 전 국장은 북측이 진정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는 "북한이 원하는 대미 관계 정상화는 우리가 군사 훈련을 하지 않고 전략 자산을 전개하지 않는 상황일 것"이라며 "너무 터무니 없는 조건이라 그들이 진지하게 정상화를 원한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이어 "2010년대에 미북 관계를 정상화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견해도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이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진정한 바람이 없었기에 실질적으로 기회도 없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피터스 연구원은 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미·한·일에 시사하는 바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방공망 재투자'를 꼽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미사일 방어가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두 전문가는 '북러 관계의 밀착'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일러 전 국장은 "양국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골칫거리가 됐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중국의 압박 아래 러시아가 북한 지원을 일부 철회하기 시작하며 북러 관계는 보다 안정화될 것으로 보지만 현재로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피터스 연구원은 "북한의 순항미사일과 중거리탄도미사일, ICBM 시험 속도를 볼 때 이미 (러시아에서 북한으로의) 기술 이전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 그 성과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러시아가 북한과 기술을 더 많이 공유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사일러 전 국장은 '북러 관계 심화'에 따른 중국의 향후 태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초조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러시아와 조용히 협력하면서 동시에 거리를 두는 것"이라며 "이것은 중국과 관여할 외교적 기회를 미국과 한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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