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전화해줘” 스토킹살인 피해자 6살 딸, 이제야 입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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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찾아가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남성 설아무개(31)씨가 최근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피해자인 이아무개(당시 38살)씨 유족이 사건의 고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족은 강력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과 연대 모임을 만들어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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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 피해자 연대 모임 만들어”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찾아가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남성 설아무개(31)씨가 최근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피해자인 이아무개(당시 38살)씨 유족이 사건의 고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족은 강력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과 연대 모임을 만들어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고 했다.
이씨의 사촌 언니 ㄱ씨는 29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해자의 딸이) 사건 초반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 오히려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제부터는 사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이씨 딸의 근황을 언급하며 사건 이후 유족들의 상황을 전했다.
설씨는 지난해 7월17일 새벽 5시53분 인터넷에서 미리 구매한 흉기를 옷 속에 숨긴 채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를 찾아가 이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또 이씨의 비명을 듣고 집 밖으로 나와 범행을 말리던 이씨 어머니에게도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사건 당시 이씨의 집에는 이씨가 이혼 후 혼자 키우고 있던 딸이 있어, 엄마와 외할머니의 비명을 모두 들었다고 한다. 딸은 6살 유치원생이었다.
ㄱ씨는 “(아이가) 목격한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너무 안타까운 게 어른들은 그나마 가족끼리 이야기도 하고 있었는데 어린아이가 참고 있었더라”며 “엄마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싶고 그랬는데 어른들 반응이 걱정스러우니 오히려 말을 못하고 참고 있던 것이 이제서야 터지기 시작해 상담하는 곳에서도 이제서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도 사건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그런 얘기를 하면 아이가 힘들까 봐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오히려 안 해 주고 피했던 건데, 아이 입장에선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 “이모(ㄱ씨)에게 종종 놀러 오는데, ‘엄마한테 전화해 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류호중)는 설씨의 ‘보복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지난 18일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설씨는 이씨를 폭행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100m 이내 접근 금지 및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등 법원 명령을 받은 상태였지만 이를 어기고 이씨에게 접근해 범행을 저질렀다. ㄱ씨는 “경찰 단계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동생이 사망한 데 대해 항소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ㄱ씨는 최근 강력 범죄 피해자와 유족들과 꾸준히 만나며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재판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른 강력범죄 사건 피해자들과 연대 모임을 꾸렸다”고 밝혔다. 모임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강원 주검 유기 사건 등의 피해자나 유족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동생 사건이 발생한 후에 웃을 수가 없었다”던 ㄱ씨는 모임을 통해 “오히려 내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라서 위로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 연대를 통해서 웃을 수 있게 되었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도 웃으면서 행복하게 지내도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모임을 통해 ‘피해자다움’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ㄱ씨는 “‘저 사람은 그런 일을 당했어도 하나도 힘들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남들에게)심어주는 게 사실 무섭다”며 “피해자스럽지 않으면 그게 또 어떤 방식으로 저한테 돌아올지도 사실은 두려울 때도 있었는데 이 모임을 통해서 저는 그걸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재판 과정이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확보 등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들을 함께 공유하려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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