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곡소리 나는 ‘노도강‘…특례대출 볕들 수 있을까
경기 침체 직격탄에 집값 떨어지고, 거래량은 ‘절벽’
‘특례대출‘ 파급력 기대하지만 금리 높고 대상 한정적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부동산 매수 심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책 금융상품이 29일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을 시작으로 본격 풀린다.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포함해 올해에만 약 40조원 규모의 정책 금융상품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운영됐던 60조원 대비 30% 줄어든 규모이지만, 시장에선 이 같은 정책 금융상품이 매수 수요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책 금융상품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내 자치구는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구‧관악구‧구로구)' 등 상대적 외곽으로 분류되는 곳들이다. 특례대출의 제한 요건을 고려할 때, 대출 수요자가 감당 가능한 금액대의 지역은 이들 외곽 지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도 동시에 확대한다는 방침이라, 이 지역의 매수 심리가 늘어날 지는 미지수란 반응도 나온다.
올해도 풀리는 40조원 정책 모기지…노도강‧금관구 '들썩'
29일 당국은 신생아 특례대출 접수를 시작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2년 내 출산‧입양한 가구를 대상으로 최저 1.6% 금리에 주택구입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가구가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총 운영 금액은 26조원이다. 1주택자의 경우 기존 주택담보대출 대환도 가능하다.
당국은 또 오는 30일부터는 연간 10조원 규모로 보금자리론을 공급한다. 지난해 44조원 규모로 운영한 특례보금자리론의 수정 버전이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6억원 이하의 무주택자 또는 일시적 2주택자에 한해 3억6000만원 한도로 연 4.2~5.4% 금리를 적용한다. 이들 상품을 포함한 올해 정책 금융상품 규모는 40조원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 같은 정책 금융상품이 일정 부분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운영 당시 소득 제한이나 대출 규제 없이 5억원까지 파격적으로 빌려준 이후, 노도강과 금관구 등 일부 지역의 거래량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노원구는 2022년 12월 57건에 불과하던 거래량이 2023년 8월 305건으로 7배 늘었다. 같은 기간 도봉구도 20건에서 111건으로, 강북구도 45건에서 187건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들 지역이 특례보금자리론의 수혜를 입은 배경엔 '주택가액 9억원 이하'라는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서울 자치구 내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는 게, 이들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9억원 이하 아파트의 비중은 지난 5일 기준 도봉구가 91.8%로 가장 높고 노원구(83.6%), 금천구(83.5%), 중랑구(83.4%), 강북구(82%), 구로구(77.1%) 순으로 나타났다.
금리 경쟁력 낮고 수요도 한정적…"파급력 크지 않을 것"
이번 신생아 특례대출에도 주택 가액 9억원 이하 조건이 붙었단 점에서 이들 지역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 이들 지역의 매매가격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고점 대비 올해 1월 평균 거래금액 낙폭이 관악구가 24%(7억6500만원→5억7900만원)로 가장 높았고, 구로구 23%(6억8000만원→5억1900만원), 금천구 20%(6억8100만원→5억4100만원), 강북구 18%(6억9000만원→5억63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일부 단지에선 실거래가가 지난 2021년 고점 대비 2억~4억원씩 빠진 사례도 있어, 이를 '저점 매수 기회'로 여긴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과 달리 올해부터 운영되는 정책 금융상품의 경우엔 대상이 한정적이란 점이 변수다. 다음 달 발표될 2023년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추락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출산 가구 수 자체가 적어,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장 전체에 미칠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또 보금자리론의 금리도 4%대로, 현재 3~5% 수준인 시중 은행 금리 대비 경쟁력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흥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신생아 특례대출을 활용한다 한들 구입자금은 4억원, 전세자금은 2억원의 추가 여윳돈이 있어야 집을 마련할 수 있고, 대출 대상이 출산 가구에 한정돼 있어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수혜 대상이 되는 가구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정책 금융상품이 대출 수요를 자극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규제를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3년 만에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포함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전세대출 DSR 규제 전면 적용은 서민·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에 주택보유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에만 우선적으로 DSR을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미래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위 측은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엄격히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층에게 꼭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지원하는 균형된 접근이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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