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중학생은 도대체 왜 배현진 공격했나"

박혜연 기자 2024. 1. 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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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려 정치적 확신범 가능성 낮아…관심·인정 욕구 분출 행동"
도 넘는 정쟁 양극화 심화 청소년에게도 영향…"시민의식 교육 필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당시 CCTV 화면. (배현진 의원실 제공) 2024.1.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10대 중학생이 도대체 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습격한 피의자가 10대 중학생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평론가들도 저다마 답을 내놓고 있다. '우발적 범행'인지 '계획 범죄'인지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지만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양극화된 사회적 갈등과 시민교육의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학생 A군(14)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1층에서 마주친 배 의원을 돌로 공격했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연예인을 만나러 갔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지만 범행 전 "배현진 의원이냐"고 물은 뒤 둔기를 꺼내 들었다는 점, 범행 전부터 인근을 배회했다는 점은 계획 범죄로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 "정치적 확신범?…갈등 양극화 현상, 청소년에도 영향"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9일 뉴스1과 통화에서 "중학생은 정치적인 철학이나 가치관이 완성되기엔 어린 나이"라며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나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다른 곳에서 관심과 인정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인터넷 기사를 많이 접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곽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원색적인 비난으로 도를 넘는 정쟁이 계속되다 보니 이렇게 갈등으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주고 모방 행동을 하게끔 부추기고 있다"며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에서 씁쓸하다"고 평가했다.

A군이 설령 나름대로 정치적 견해를 갖고 행동했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접한 정치 혐오나 극단적인 사상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도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인터넷으로 접한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또 A군이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한 영상을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공유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는 A군이 고의적으로 배 의원을 노렸을 것이라는 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A군의 나이를 감안할 때 정치적 확신범으로 볼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피의자가 너무 나이가 어려 전형적인 확신범의 형태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News1 DB

◇ 대인관계 문제, 우울감·폭력으로도 이어져…주변 환경 요소 고려해야

A군이 흔히 조울증이라고 부르는 '양극성 장애' 소견을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정신건강 문제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단순히 '정신질환에 따른 이상행동'으로만 치부하기에는 A군의 가정환경과 대인관계 등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소년범죄의 비행성을 판단할 때 교우관계나 가족관계,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인정받는지 여부가 다 영향 있는 요소"라며 "언론 보도를 놓고 보면 A군도 정신질환적 우울감이나 대인관계에서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A군이 다니는 학교의 전교 부회장을 자처한 학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A군은) 평소에도 일반 학생들을 스토킹, 콩알탄을 던지는 등 불미스러운 일들을 많이 일으켰다"고 밝혔다. A군은 지난해 1학기부터 학교 안에서 갈등이 있었고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에서 상담받은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청소년들이 학교 생활에 불만이 있거나 적응을 잘 못하고 현실적으로 꿈을 이룰 가능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폭력이나 우울증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심하면 정신과 치료나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는 스스로 판단하는 수준이 미숙한 만큼,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책임을 정확히 따지려면 주변 환경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도 소년범의 경우 일반 성인범죄자와 달리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면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내리고 있다.

경찰이 A군에 대해 응급입원 조치를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피해자인 배 의원이 정치인이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A군도 개인 정보와 인권을 보호받을 필요가 있는 소년범이다.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도 A군의 정신질환이 인정되면 보호처분 중 하나인 의료보호시설 위탁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 "민주 시민으로서 교육 필요…청소년 행복한 사회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A군과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으려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예방 교육과 시민의식 교육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소장은 "청소년들이 우발적인 범행이나 열악한 환경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했을 경우 구제 장치도 마련해야겠지만 엄격한 법적 장치를 통해 극단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우리 사회가 '학생들은 공부만 할 것이지 무슨 정치까지 알 필요가 있나' 이런 편견이 있다"며 "민주 시민으로서 균형 잡힌 사고를 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편"이라며 "시민의식과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청소년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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