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현직 감독 구속영장 청구’ KIA, 사령탑 없이 시즌 준비라니…캠프 직전 날벼락에 또 날벼락
[OSEN=이후광 기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검찰이 금품수수 의혹으로 KIA 타이거즈 구단의 직무정지 조치를 받은 김종국 감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초유의 현직 감독 구속영장 청구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 이일규)는 29일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해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장 전 단장이 2022년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포수 박동원(LG)에게 계약을 빌미로 뒷돈을 요구한 의혹을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국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뒤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감독의 배임수재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고, 두 사람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 사태가 불거진 건 지난 28일. KIA 구단은 25일 김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틀 뒤 김종국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고, 28일 전격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KIA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라며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KIA 수석코치 출신인 김 감독은 지난 2021년 12월 KIA 신임 감독으로 부임했다. 계약기간 3년, 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5000만 원 조건으로 맷 윌리엄스 감독에 이어 타이거즈 10대 사령탑이 됐다.
당시 KIA는 “여러 명의 후보로 압축하고 평가한 결과 내부 승격으로 가닥을 잡고 김종국 감독에게 타이거즈 재건을 맡겼다”라고 설명했다.
광주일고-고려대 출신인 김 감독은 1996년 해태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해 2021년까지 26년 동안 선수, 코치로 타이거즈에 몸담았다. 현역 시절 통산 성적은 1359경기 타율 2할4푼7리(4391타수 1086안타) 66홈런 429타점 604득점 254도루이며, 태극마크를 달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신화에도 일조했다.
김 감독은 2009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뒤 작전 및 주루코치로 제2의 성공시대를 열었다. 2021년 수석코치를 역임했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야구대표팀의 작전코치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사령탑 부임 당시 “명가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돼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대감이 훨씬 크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지도자가 되겠다”라며 “구단 명성에 걸맞은 경기력과 선수단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 있는 플레이를 주문해 팬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는 KIA 타이거즈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라고 출사표를 남겼다.
김 감독은 부임과 함께 9위의 아픔을 겪었던 팀을 5위(70승 1무 73패)로 끌어올리며 가을야구를 치렀다. 비록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KT 위즈에 패하며 1경기 만에 포스트시즌이 종료됐지만 첫해 가을야구를 밟는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감독 2년차였던 지난 시즌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5강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도 나성범, 박찬호, 최형우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외국인투수 원투펀치의 잇따른 부진으로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탔다. 그래도 첫해보다 나은 73승 2무 69패를 해냈지만 5위 두산에 1경기 뒤진 6위에 머무르며 가을 무대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2023시즌 종료 후 계약기간 1년이 남은 김 감독을 교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KIA의 선택은 유임이었다. 원클럽맨 출신인 김 감독의 계약기간 3년을 온전히 보장해주면서 1년의 기회를 더 부여했다. 2023시즌은 부상, 외인 부진 등 외부 요인이 김 김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을 막았다는 평가에 힘이 실렸다.
KIA는 명가 재건을 위해 오프시즌 전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심재학 단장의 주도로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인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의 강력한 원투펀치를 품으며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과 함께 KBO리그 최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에이스를 맡아야할 크로우다. 미국 테네시주 킹스턴 출신인 크로우는 1994년생 우완투수로, 신장 185cm-체중 108kg의 체격을 지니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 마이너리그(이하 트리플A)에서 5시즌을 뛰었다.
크로우는 지난 2020년 워싱턴 내셔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4시즌 통산 94경기(선발 29경기) 10승 21패 평균자책점 5.30(210⅔이닝 125자책)을 기록했다.
크로우는 2021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풀타임 선발을 맡아 26경기(선발 25경기) 4승 8패 평균자책점 5.48(116⅔이닝 71자책)을 남긴 경력이 있다. 그리고 이듬해 불펜으로 보직을 바꿔 60경기(선발 1경기) 6승 10패 평균자책점 4.38(76이닝 37자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보다 마이너리그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빅리그에서 5경기 승리 없이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66에 그친 반면 마이너리그에서는 17경기(선발 3경기) 3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냈다.
크로우의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75경기(선발 59경기) 21승 16패 1홀드 평균자책점 4.01(321⅓이닝 143자책)이다.
KIA는 “크로우는 특히 지난 2021년 메이저리그에서 25경기에 선발로 나서며 전 소속팀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했다”라고 크로우의 메이저리그 선발 풀타임 경력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KIA는 최근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투타 신구조화를 이루고도 외국인투수의 잇따른 부진으로 비상에 한계를 느꼈다. 2020년 나란히 11승을 책임진 애런 브룩스와 드류 가뇽을 끝으로 3년 연속 10승 외국인투수 배출에 실패했다. 그 동안 보 다카하시, 다니엘 멩덴, 로니 윌리엄스, 토마스 파노니, 션 놀린 등 수많은 투수들이 KIA를 거쳤지만 모두 부상과 부진에 신음하며 용병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외국인농사 또한 철저한 실패였다. 숀 앤더슨-아도니스 메디나 듀오를 영입하며 야심차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두 선수 모두 웨이버 공시로 팀을 떠났고, 대체 외인 파노니와 마리오 산체스로 시즌을 마감했다. 외인 원투펀치 덕을 보지 못한 KIA는 막바지 주축 선수들의 부상까지 겹치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크로우는 KIA의 외국인투수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까. KIA 심재학 단장은 “크로우는 뛰어난 구위가 장점인 우완투수로, 최고 구속 153km의 빠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가 위력적인 선수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만큼 경험이 풍부해 구단 선발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크로우가 풀타임 에이스로 거듭나길 기원했다.
크로우는 계약 후 구단을 통해 “안녕하세요 KIA 팬 여러분. 팀에 합류하게 돼 매우 기쁘다. 선수들을 만나고 싶고, 스프링캠프도 기대된다. 우승도 다시 안겨드리고 싶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남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KIA는 ‘해결사’ 최형우와 1+1년 총액 22억 원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고, 내부 FA 김선빈을 3년 총액 30억 원에 붙잡으며 지난해 막강 화력을 뽐냈던 타선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그런 가운데 KIA는 지난 22일 최준영 대표이사와 심재학 단장, 김종국 감독을 비롯한 1, 2군 코칭스태프, 트레이닝 코치, 프런트(팀장) 등 28명 모두가 참석한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KIA 구단이 김 감독의 검찰수사 사실을 인지하기 불과 3일 전의 일이었다.
세미나는 각 파트 별 지난 시즌 리뷰, 올 시즌 운영 준비 및 목표 설정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ABS와 피치 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시프트 금지 등 KBO 리그에 새로이 도입될 제도에 대비하는 시간도 가졌다.
KIA 최준영 대표이사는 “모든 코칭스태프가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각자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긴밀히 협업하고 소통하여 선수들이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종국 감독이 직접 “우리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은 아쉽게 마무리했지만, 올 시즌은 우승을 목표로 스프링캠프부터 준비를 단단히 하겠다. 큰 응원을 보내주시는 타이거즈 팬분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KIA는 당장 오는 30일 호주 캔버라로 출국해 2월 1일부터 3월 6일까지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와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스프링캠프에는 코칭스태프 20명, 선수 47명 등 67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며, 선수단은 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으로 구성됐다. 2024년 신인 가운데에서는 투수 조대현과 김민주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IA는 호주 캔버라에서 ‘3일 훈련 1일 휴식’ 체제로 체력 및 기술, 전술 훈련을 소화한 뒤 2월 21일 일본으로 건너가 3월 6일까지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본격적인 실전 체제에 돌입한다. 선수단은 2월 25일 KT와의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KBO 리그 팀들과 5차례의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으며, 27일 일본 프로야구팀 야쿠르트 스왈로스와도 연습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배임수재 혐의에 따른 구속영장 청구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KIA는 수장 없이 스프링캠프를 치르게 생겼다. KIA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캠프를 진행한다고 밝혔으나 수장과 수석코치는 엄연히 위치가 다르다. 김 감독이 작년 마무리캠프 때부터 구상했던 타이거즈의 도약 플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KIA는 오는 30일 스프링캠프 본진 출국에 앞서 진갑용 수석코치를 필두로 한 코칭스태프가 29일 저녁 호주로 먼저 출국한다. 감독의 구속영장 청구로 졸지에 사령탑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진 코치가 어떤 말을 남기고 호주로 떠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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