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줘 축구’ 대명사가 된 클린스만… ‘베테랑 명장’ 만치니 넘을까

장한서 2024. 1. 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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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매 경기 모든 선수에게 많은 자유를 주는 것 같다. (미드필더 이강인)”
 
“선수들이 원하는 움직임으로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축구를 한다. (미드필더 홍현석)”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팅 센터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에 대해 선수들은 ‘자유’라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이 공격을 전개할 때 스스로 위치를 바꾸는 등 자유롭게 플레이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는 자유가 아닌 ‘방임’이라는 말로 많은 지탄도 받았다. 지난해 2월 출범한 클린스만호는 첫 5경기에서 무승(3무2패)에 그친 뒤 6연승을 질주하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지만, ‘캡틴’ 손흥민(31·토트넘)∙‘축구 천재’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황소’ 황희찬(27·울버햄프턴) 등 이름값 높은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앞세워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의 본격적인 시험대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선 그 문제점이 더 두드러졌다. 바레인과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둔 한국은 2차전 요르단전에서 2-2 무승부, ‘약체’ 말레이시아와의 최종전에서 졸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조 2위(1승 2무)를 확정하는 순간까지 클린스만 감독은 별다른 전술 변화를 주지 않았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말레이시아전 동점 프리킥골을 포함해 3골을 퍼부은 이강인의 활약이 없었다면 토너먼트 진출도 장담하지 못할 뻔 했다. 축구팬들은 이런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를 두고 선수들이 알아서 해결하게 하는 ‘해줘 축구’ 등 비아냥 섞인 비판을 쏟아냈다.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F조 사우디아라비아 대 태국의 경기. 사우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클린스만 감독이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 지략 대결을 펼쳐 승리할 수 있을까.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탈환을 정조준하고 있는 클린스만호는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와의 16강전을 치른다.
사우디는 조별리그에서 무패(2승 1무)를 기록해 조 1위로 통과했다. 사령탑을 맡은 만치니 감독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유로 2020 우승을 일구고,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첫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인터밀란의 이탈리아 세리에A 3연패를 이끈 잔뼈가 굵은 감독이다. 만치니 감독은 3-5-2 전형을 바탕으로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면서, 발 빠른 측면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활용해 상대 진영을 휘젓는 역습 축구를 구현했다. 실제 사우디는 지난해 11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 조별리그까지 8경기를 치르면서 단 1실점만 허용, 이 기간 무패(6승 2무)를 달리는 파죽지세의 기세를 자랑하고 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해 9월 영국 원정에서 사우디에 조규성(26∙미트윌란)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신승을 거둔 좋은 기억이 있지만, 당시는 만치니 감독이 부임하고 두 번째로 치른 경기였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조별예선 3차전 대한민국 대 말레이시아의 경기에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은 지난해부터 4-4-2 포메이션을 고집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전에선 중원에 공격 성향이 강한 황인범(즈베즈다)과 이재성(마인츠)을 내세워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는 허점을 노출했고, 결국 3골을 헌납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공격에선 상대 수비에 틀어막히자 크로스를 남발했다. 사우디의 탄탄한 수비를 뚫기 위해서는 손흥민과 이강인의 재능에만 맡기지 않고, 측면 수비수의 공격 지원 등 세부적인 전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조별리그까지 선발로 나서지 못했던 공격수 황희찬과 측면 수비수 김진수(31∙전북)가 부상에서 회복한 건 클린스만호에 활기를 불어넣고 공격 선택지를 넓힐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23위의 유럽파들이 포진한 한국이 자국 리그 선수로만 구성된 56위 사우디보다 전력이 앞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 통계 업체 옵타는 한국의 8강 진출 확률을 51.3%, 사우디는 48.7%로 사실상 ‘반반’의 예측할 수 없는 승부로 판단했다. 조별리그 성적이 말해주듯, 클린스만 감독이 유기적이고 단단한 강팀임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무(無) 전술’ 논란에서 벗어나 만치니 감독의 사우디를 넘고 8강행 티켓을 따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한국이 사우디를 격파할 경우 8강에서 만날 상대는 호주로 결정됐다. 호주는 28일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와의 16강전에서 4-0 완승을 거두면서 8강에 선착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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