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멕시코 투우장 경기 재개…밖에선 ‘동물학대 반대’ 집회
‘동물학대’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고 중단됐던 멕시코의 투우 경기가 다시 열렸다. 1년 8개월 만에 다시 열린 투우 경기장 앞에서는 동물학대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집회가 열리는 등 사회적 갈등이 빚어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플라사 멕시코에서는 여섯 차례의 투우 경기가 열렸다. 플라사 멕시코는 1946년 멕시코시티 투우 기념광장으로 개장했으며, 관객 4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투우장이다.
이날 경기는 법정 다툼이 벌어지는 가운데 재개됐다. 앞서 2022년 6월 멕시코 지방법원이 동물권 옹호 단체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멕시코시티 내 투우 경기는 한동안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투우가 동물권을 해치는지 여부를 판단할 동안 경기를 허용키로 하면서 다시 열리게 됐다.
멕시코에서는 투우 경기의 존폐를 두고 오랜 사회적 논쟁이 이어져 왔다. 동물권을 옹호하는 사회단체들은 투우 경기의 잔혹성을 비판하며 폐지를 주장했지만, 투우 산업 관련 종사자 등은 “과도한 권리 침해”라며 투우 경기 중단에 반대해왔다.
투우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경기다. 이후 식민지였던 중남미 국가들에도 전파돼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소를 일부러 흥분시킨 뒤 천천히 죽이는 경기 방식이 동물학대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에서는 투우 경기가 금지됐지만, 멕시코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아직도 투우 경기를 허용하고 있다.
이날도 경기장 밖에서는 집회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황소 살해는 문화도, 전통도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주변을 행진했다. 일부는 경기장 문을 두드리거나 정문에 페인트칠을 하며 경기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관련 사업가와 협회 측은 투우 경기의 수익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주장하며 중단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멕시코에서 투우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액이 68억 페소(약 5300억원)에 이르며 22만6000개의 직·간접적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앞서 멕시코 정부는 투우 경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격화할 조짐이 보이자 국민투표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법원판결 이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법적 절차와는 별개로 제안할 수 있는 것은 국민투표”라면서 “멕시코시티에서 투우를 허용해야 할지 함께 결정해보자”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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