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통신비 국민 호갱은 언제 탈출하나
지난 26일 서울의 한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 부모님의 스마트폰을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24 울트라’로 번호이동, 교체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와이파이를 많이 사용해 인터넷 이용을 포함한 데이터 사용은 많지 않다는 전제를 달았다. 대리점 직원은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제안하면서 월 이용료를 안내했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절감책 중 하나로 5G 단말기로 LTE(4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대리점 직원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대리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선 수익을 많이 남겨야 하니 LTE 요금제를 소개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유는 조금 달랐다. 대리점 직원은 “LTE 요금제를 써도 되지만, 가격이 5G 요금제와 3000원 차이”라며 “5G 요금제는 데이터가 무제한 제공되지만, LTE 요금제는 그렇지 않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LTE 요금제는 싸지도 않고, 기본 제공 데이터양도 많지 않아 오히려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LTE 요금제 중 속도와 상관없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묻자 “월 이용료가 5G 요금제보다 약 5000원 더 비싸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와 통신 3사의 합작품인 ‘5G 단말기로 LTE 요금제 사용’ 정책이 큰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최근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당초 소비자가 휴대폰을 어느 곳에서 구매하든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단통법을 시행했다. 통신 3사가 보조금 경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이를 요금에 투입해 통신비가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통신사들이 다 같이 돈을 안 쓰면서 소비자가 단말기를 더 비싸게 사야 하는 현실을 지난 10년간 경험했다.
현 상황에서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통신사들이 갑자기 경쟁을 시작하면서 과거처럼 마케팅비를 쏟아부을지는 의문이다. 10년 전에는 LG유플러스가 3G(3세대 이동통신)를 포기하면서까지 LTE에 올인해 가입자 1명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통신 업황이 둔화된 상황이다. 통신사들은 더 이상 단말 시장에서 예전만큼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는다. 5G 보급률도 이미 70%에 육박했다. 경쟁 체제가 고착화되니 통신 3사는 마치 서로 의논이라도 한 것 마냥 요금제 출시부터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반납 등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통신 3사가 지난 25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동통신 중계기를 아파트에 설치할 때 내는 임차료를 6년 넘게 담합해 과징금 200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받은 것만 봐도 이들이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필요할 땐 힘을 합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부가 단순히 큰 틀에서 단통법 폐지를 발표하기보다 통신사 간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핵심은 통신 3사가 경쟁할 환경, 구조가 형성돼야 국민들이 호갱(속이기 쉬운 고객)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통신 3사 간의 오랜 침묵 속 담합 구조를 깰 수 있는 확실한 경쟁 정책이 절실해 보인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 4조원대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는 통신 3사는 더 이상 성장성이 크지 않은 통신 부문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먹거리인 디지털전환(DX), 인공지능(AI), 플랫폼에 돈을 풀고 있다. 하지만 통신 3사 역시 현재 돈을 벌어다주고 있는 소비자들을 지키지 못한다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호갱 신세에도 가만히 있을지 모르겠지만 불만이 폭발하는 순간, 화살이 자신들을 향할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상희 통신인터넷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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