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전망 먹구름... 셈법 복잡해진 에코프로비엠 CB 베팅 PEF들
단기 반등했지만, 증권가 우려 여전
생산 확대 위해 연간 1조원 투자 유지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비엠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주가 상승에 베팅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저금리 전환사채(CB)에 베팅했지만, 전기차 수요 감소로 실적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CB는 전환가액 조정이 가능한 만큼, 차라리 이참에 더 떨어지는 것이 낫다고 보는 투자자도 있는 상황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전 거래일인 26일, 전일 대비 7.49% 상승한 2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6일 주가는 반등했지만, 이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29일에는 오후 2시 30분 현재 전일 대비 7% 가까이 내린 22만8000원에 거래 중이다. 연초 이후로는 20% 넘게 빠졌다. 지난해 7월 고점과 비교하면 60% 넘게 급락했다.
지난해 6월 주요 PEF 운용사들은 에코프로비엠 CB에 대거 투자했다.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2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인수했고, IMM인베스트먼트(550억원), 프리미어파트너스(450억원), SKS PE(300억원) 등이 인수단에 참여했다.
이 투자는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실패한 투자가 될 공산이 크다. 4400억원 규모의 CB는 표면 이자율이 0%, 만기 이자율이 2%(연복리)에 그치기 때문이다. 전환 차익 외에 이자 수익은 은행 예금보다 낮은 셈이다. 주당 전환가는 27만5000원, 주가 하락에 대비한 최저 조정가액은 최초가 75% 수준인 20만6250원이다.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에코프로비엠 주가 전망은 밝지 않다.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 주가 하락은 전 세계 전기차 수요가 꺾이면서 리튬 등 메탈가 하락으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에코프로비엠 재고자산은 1조1333억원이다. 리튬 가격은 1년 전보다 80% 넘게 하락했다.
또 판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과거에 비싸게 구매했던 원재료로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면서 수익성도 감소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를 배터리 제조 기업에 납품하고, 이들이 배터리셀을 만들어 전기차 업체에 납품하는 구조다.
증권가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4분기 300억~5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영업이익도 3개월 전 예상치보다 30% 줄어든 3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들어 전방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주요 고객사들의 양극재 구매 물량도 줄어드는 모습”이라며 “메탈가 급락과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평가손이 확대되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튬은 4분기에 44%가 하락했고, 니켈은 12%가 떨어졌다”며 “3분기말 재고자산 약 1조원에 전구체 가격 분기 하락 폭인 8%를 감안한 800억원의 손실이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에코프로비엠은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극재 수요가 줄어 공장 가동률이 줄면 고정비 부담에 따라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에코프로비엠은 2027년 연산 71만톤, 2030년까지 연산 100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해 연간 1조원(연결기준)을 넘어서는 설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헝가리와 캐나다에 신규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오창과 포항 공장 설비 증설도 예상된다.
다만 해당 CB의 경우 올해 7월 24일부터 주식으로 바꿀 수 있어, 주가 반등을 도모할 시간이 반년 가까이 남아있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코스닥 시가총액 1위로 무거운 편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제한폭만큼 움직이기도 하는 등 주가 등락 폭이 큰 편이다.
차라리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더 하락하는 것이 투자사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도 있다. 20만원 초반대에 바닥을 다지다가 전환가액 또한 이 수준에서 결정되면 이후 상승 폭은 그대로 다 투자사들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에코프로비엠이 1~2년 안에 이전과 같은 폭등장세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만 가능하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시장 내 경쟁 심화나 대규모 설비 확장 지속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등은 수익성 개선에 부담 요인”이라면서도 “우수한 가격 전가력과 수직계열화, 규모의 경제 달성 등을 감안할 때 외형 확대에 따른 이익창출력 개선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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