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술 지원으로 핵잠 개발 진척됐나…개발 선언 3년 만에 공식화

정충신 기자 2024. 1. 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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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추진 엔진기술 확보 및 건조 착수 가능성도

北, 러 기술 지원으로 핵잠 개발 진척됐나…개발 선언 3년 만에 공식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신형 김군옥영웅함(제841호)에서 발사 가능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했다고 주장하며 핵 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문제를 재차 강조하고 나서 기술 및 개발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주목된다.

북한 매체들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된 SLCM ‘불화살-3-31형’ 시험 발사를 지도했다면서 특히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고 29일 보도했다.

3년 전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주장한 북한이 지난해 9월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탄 대통령 간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적으로 밀착한 가운데 4개월 만에 핵잠 개발 사업이 상당히 진척됐음을 은근히 암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함을 건조했는데 이 잠수함의 동력은 디젤 엔진이다.

이번 북한 주장으로 미뤄, 앞으로 건조할 핵잠의 핵 추진 엔진과 탑재할 무장체계, 배수량, 전력화 일정 등을 김 위원장에게 구체적으로 보고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함정 건조 과정을 볼 때 기본설계에는 이런 일정이 담기며, 기본설계 심사가 통과되면 상세설계와 함 건조 작업이 동시에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주발사체에 사용한 엔진과 소형 원자로 개발 능력 등을 고려할 때 핵잠에 탑재할 핵 추진 엔진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원자력 기술 세계 5위 안에 드는 한국도 국가 차원의 결정이 있다면 2~3년 안에 핵잠수함을 건조할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잠수함 건조 시설과 능력 등으로 미뤄 대략 배수량 3000~6000t급 중(重)잠수함으로 건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런 규모라면 농축도 최소 20% 우라늄이 핵연료로 사용된다. 이는 프랑스 1세대 핵 추진 잠수함인 루비급(2600t급)에 사용되는 수준이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6000t급) 핵잠수함은 농축도 40%의 우라늄을, 시울프급(9000t급)과 버지니아급(8000t급)은 농축도 90%의 우라늄을 핵연료로 사용하는 데 퇴역 때까지 핵연료를 교환하지 않아도 된다.

핵연료는 자연 상태의 우라늄 235(U-235)를 20~90% 범위에서 농축해 사용하는데 원자로 내 핵분열에 의해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핵잠수함이 움직인다. 농축도 20% 우라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상 저농축 우라늄으로 분류되며 국제시장에서 상용으로 거래되는 수준이다.

핵잠수함은 핵 연료에 의해 수중에서 무한작전이 가능하며 적에게 발각되더라도 시속 40㎞의 속도로 1시간만 달리면 수상함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속도로 40여일 기동하면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평균 시속 12㎞로 기동하는 디젤잠수함은 140여일이 걸린다.

디젤잠수함은 축전지를 이용해 기동하기 때문에 하루 2번 이상 수면위로 부상해 스노클링(Snorkeling: 잠수함이 해수면에 떠올라 엔진 가동에 쓸 공기를 보충하는 작업환기)을 해야 하는 등 잠항 시간이 짧고 적에게 노출될 위험성이 크다. 한국도 핵잠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디젤잠수함의 이런 약점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핵잠수함 건조 사업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밝혔다. 수중에서 시험 발사한 SLCM이 비행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북한이 수중에서 무한 기동이 가능해 은밀성과 기습 타격 능력이 장점인 핵잠 건조에 곧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전날 시험 발사한 SLCM ‘불화살-3-31형’을 핵잠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SLCM은 낮은 고도로 장시간·장거리 비행과 선회·회피 기동을 할 수 있어 지상이나 해상에서의 요격이 쉽지 않은 무기체계에 속한다. 북한이 앞으로 20여척의 로미오급(1800t급)을 ‘김군옥영웅함’과 같은 형태로 개조할 경우 SLCM의 위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군옥영웅함은 10개의 수직발사관을 갖췄는데 이 중 대형 4개에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6개에서는 SLCM을 각각 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SLBM과 SLCM은 사거리를 볼 때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고 주일미군 기지나 한반도 인근 미국 항공모함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일명 ‘핵어뢰’로 불리는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까지 전력화되면 수중 및 해상 위협은 더욱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북한의 다양한 수중 및 해상 위협에 대응한 ‘수중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등을 중첩 구축해 SLBM과 SLCM 등을 요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뚫으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의 창과 방패의 싸움, 극한 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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