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대신 알바"…설 다가오지만 청년은 '명절 양극화'
취업 한파에 "연휴 때 재충전은 언감생심"
"단기 알바 등을 하며 생활비 모으려 한다"
일부 청년들은 해외여행 계획 세우기도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 경남 마산시에서 올라와 서울 구로구에서 자취를 하는 박모(28)씨는 이번 설 연휴 기간 서울에 남아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박씨는 "연이은 취업 실패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단기 알바를 하며 돈을 벌 생각"이라며 "설 연휴에 재충전한다는 건 내겐 언감생심 같다"고 전했다.
설 명절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귀경 대신 서울에 남아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청년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취업 한파와 더불어 고공행진 하는 물가 탓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
2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몬과 알바천국은 설 연휴 기간 인기 아르바이트 공고들을 모아놓은 '설날 알바 채용관'을 운영 중이다. 이는 설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를 찾는 구직자들을 위해 마련됐다.
채용관 공고는 ▲매장관리·판매 ▲백화점·마트 ▲택배·배달 ▲생산직 ▲판촉 도우미 등으로 구성돼, 다음 달 중순까지 열린다.
인기 중고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도 '동네 일거리 박람회'를 열어 설 단기알바 채용정보 서비스 제공 중이다. 특히 이날 당근마켓에는 설날을 앞두고 '전 부치는 알바' '명절 세트 판매 및 시식 행사 알바' 등의 공고가 올라오고 있다.
청년들은 악화된 호주머니 사정 탓에 귀성보다는 일 하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자취를 하는 취업준비생 오승현(27)씨는 "취업이 너무 어렵다 보니 이번 연휴에는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지 않고,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모으려 한다"며 "내려가는 기찻값도 비싸고 취업 준비 비용과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차, 연휴 기간에 쉬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보다 9만8000명 줄어 2020년(-18만3000명)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이중 20대 취업자는 8만2000명 감소했다.
또 지난해 청년층 고용률(46.5%)은 2022년 대비 0.1%포인트(p) 하락하며 전 연령층 중 유일하게 하락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업들은 오는 3월까지 채용인원을 전년 대비 8만명가량 줄일 것으로 전망돼 청년 취업 한파가 더욱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이상 종사자 사업체의 지난해 10월부터 오는 3월까지 채용계획 인원은 55만6000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2022년 10월~2023년 3월) 대비 12.7%(8만1000명) 줄어든 규모다.
이 같은 상황에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청년들은 한숨만 짓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 연속 6%대 상승률을 보였다. 2022년 전년 대비 7.7% 상승한 후 지난해 6.0%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 전기·가스·수도는 지난해 전년보다 20.0% 오르면서 관련 항목을 집계한 지 13년 만에 역대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물가가 고공행진했던 2022년(12.6%)보다도 증가 폭이 커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청년들은 해외여행 등을 계획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는 모습이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대학생 배주빈(24)씨는 "이번 설 연휴 기간에는 3박4일로 가족들끼리 일본 여행을 가려고 한다"며 "공부하랴 취업 준비하랴 바쁜데 이번 설에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전모(31)씨도 "명절 때 고향인 대구에 잠깐 내려갔다가, 동네 친구들과 대만으로 여행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 명절에 해외 출국자 수는 팬데믹 이전 최대였던 일 평균 20만7829명(인천공항 기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또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2023년 11월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더라도 여행 및 교통서비스는 2조16억원으로, 그 전년인 2022년 11월(1조5604억)과 비교해 28.3%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걸 단순히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개인 선택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며 "빈부격차가 청년들이 연휴 때 활동 반경까지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년 취업이 어려워질수록 사회적 고립이 생겨나고 이는 경제적·사회적으로 국가에 악영향이 생길 수 있는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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