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취하하고 자회사 가거나, 일자리 잃거나’…한전의 전직 압박
한국전력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승소한 도서지역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에게 항소심 취하를 압박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은 소를 취하하고 자회사로 옮기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는 상황에 처했다. 공기업인 한전이 직접고용을 피하려고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동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전은 소송 포기를 조건으로 하는 자회사 이전 계획을 멈추고, 도서발전소 노동자를 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노조는 지난 25일 한전을 상대로 ‘소 취하를 조건으로 하는 자회사 고용 절차 등 중단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한전으로부터 도서지역 전력공급 사업을 위탁받은 하청업체 JBC 노동자 145명은 지난해 6월 한전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원청인 한전이 한전 퇴직자 단체인 한전전우회가 지분 100%를 가진 JBC에서 불법으로 노동자 파견을 받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한전은 항소를 제기한 뒤 노사가 참여하는 민간상생협회의를 열고 도서발전 업무를 JBC가 아닌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MCS에 위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전은 최근 설명회에서 자회사 방침을 공식화했고, 지난 23일 JBC에 한전MCS와 다음 달 1일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문제는 한전이 도서지역 발전소 하청 노동자들이 자회사로 적을 옮기는 데 소송 취하 조건을 내건 것이다. 한전은 소송을 유지하면 자회사 채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 17일 인천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전적 동의를 안 하는 분들은 당연히 한전MCS 입사가 안 된다”며 “일부 인력들이 자회사로 안 가면 안 가는 만큼 한전MCS가 자체 충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청 노동자들로선 소송을 취하하고 자회사로 가거나 소송을 이어가되 일자리를 잃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내몰린 것이다.
그간 불법파견 논란이 있었던 대기업들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하청 노동자들의 소 취하를 유도해왔다. 이 방법은 원청이 하청 노조활동에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5월 현대위아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하급심에서 승소한 하청 노동자 중 소를 취하한 노동자만 기존대로 평택공장에서 일하도록 하고, 나머지 노동자를 울산공장으로 전보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황규수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소송 포기자에 한해 자회사로 전직을 허용하는 것은 도서발전노동자의 재판청구권과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말했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승소한 145명은 모두 발전노조 조합원이다.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6130700021#c2b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5081426001#c2b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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