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호텔에 반려동물 맡기고 연락두절…사기죄?[동물법전]
"계약서에 소유권 포기 등 명시"
[편집자주]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분쟁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동물이라고 해서 감성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법. 동물을 키우거나 보호하면서 궁금한, 혹은 몰랐던 법 이야기를 뉴스1과 변호사가 들려준다.
(서울=뉴스1) 소혜림 변호사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고양이 치료해달라고 맡기고는 병원비도 안 내고 연락도 없고. 소유권 포기도 안 하고 있어서 정말 난감하네요."(A 동물병원)
"강아지 며칠 봐달라고 하더니 그 뒤로 연락이 끊겼어요. 1년 넘게 데리고 있는데 계속 돌봐주기 어려운 상황이에요."(B 애견호텔)
최근 동물병원이나 반려동물호텔에 강아지, 고양이를 맡긴 후 연락두절 되는 보호자들로 인해 많은 수의사들과 호텔 업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물을 물건처럼 폐기할 수도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이 경우 현명한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민사로 해결…최초 돈 낼 생각 없었으면 형사 고려
가장 원칙적인 해결방안은 민사소송을 통한 해결이다. 미납된 진료비나 입원비, 호텔비가 있다면 이는 당연히 보호자에게 받을 수 있는 비용이다. 민사소송을 통해 보호자에게 반려동물 인수를 청구할 수도 있다.
다만 동물병원의 경우 '진료행위'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호텔과 차이가 발생한다.
호텔에 반려동물을 위탁하는 계약이나 동물병원의 진료계약은 그 계약유형이 모두 민법 제689조 제1항에서 정한 위임계약에 해당한다.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은 언제든지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진료계약의 경우 수의사법 제11조에서 '동물진료업을 하는 수의사가 동물의 진료를 요구받았을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보호자가 계속해서 진료를 원하고 동물병원에 이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인수청구가 인용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민사소송을 통한 해결에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형사절차가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러한 행위가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반려동물 유기에 해당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동물보호법 제2조 제3호에서는 '유기동물'이란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동물병원이나 호텔과의 계약을 통해 그 내부에 반려동물을 맡기고 간 경우 특히 보호자와 연락이 된다면 이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포섭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른바 '무전취식'에서 처벌되는 경우와 유사하다고 보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만일 용역공급 거래 관계에 있어서 용역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해 용역을 공급받는 경우 피해자의 착오에 의한 재산적 처분행위는 용역의 제공이므로 재산상 이익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안에 따라 반려동물을 최초 맡길 당시부터 보호자에게 비용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면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이 때 사기죄의 성립과 관련해 보호자가 비용을 얼마나 지급했는지, 연락은 닿고 있는지, 보호자가 자신의 정보를 속인 사실이 있는지 등이 중요하게 고려된다.
◇계약서에 소유권 포기, 위약벌 지급 등 명시해야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진료계약 혹은 위탁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유기행위를 미연에 방지할 대비책을 마련해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대비책은 다양하다. 우선 계약 당시 보호자의 정확한 인적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병원이나 호텔에 반려동물을 맡기고 가는 형식의 유기행위는 일정 기간이 지나서야 이를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보호자 인적사항 자체가 잘못 기재돼 있는 경우 보호자를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계약서에 '정해진 기간 반려동물을 인수해가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반려동물에 대한 소유권 포기로 간주한다'라는 내용을 반드시 삽입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인수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동물병원의 경우 일정액 이상의 진료비 미납 시를 기준으로 관련 내용을 삽입하면 된다.
이와 함께 인수보증금을 미리 받아 보관하면서 정상적으로 반려동물을 인수하는 경우 이를 되돌려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해당 금액을 위약벌로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삽입하는 방법도 있다.
인수보증금을 받기 어려운 경우 또는 정해진 기간 내 반려동물을 인수해가지 않는 경우 그 기간이 지난 이후(혹은 일정 진료비를 미납한 이후)부터는 하루당 얼마의 금액을 실손해와 별도 위약벌로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이 좋다. 추후 민사소송을 진행할 때 실제 손해배상액 외 위약벌로 정한 금액까지 청구할 수 있어 소송 실익이 커진다.
현행법상 동물을 유기하면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빈번한 동물 유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은 벌금 부과 뿐 아니라 동물보호법 위반 유기행위에 해당하는 범위도 넓히는 것이다. 동물병원이나 반려동물호텔에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 또한 처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어떤 형식으로든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는 모두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글 법무법인 해성 소혜림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서울시수의사회 자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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