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OCI 통합으로 '네마리 토끼'…채무·상속세 해결"
1500억원 운영 자금 확보…기폭제
"상속세…기업가치하락 우려 해소"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에너지·소재 기업 OCI그룹과 '이종기업 간 통합'을 추진 중인 한미약품 그룹이 이번 통합으로 "창업주 임성기 회장 철학을 지키면서도, 최대주주 상속세 문제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우려를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한미그룹은 29일 "OCI와 통합 후 네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이번 통합은 한미그룹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정체성과 'R&D에 집중하는 DNA'는 통합 이후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미약품 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2일 OCI그룹과 현물출자·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간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OCI그룹의 지주회사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서는 상속세 문제 때문에 오너 일가 지분 오버행 이슈에 따른 주가 하락 등 여러 우려가 있었다"며 "OCI와의 통합으로 창업주 임성기 회장에서 시작된 한미의 정체성을 지켜내면서도, 최대주주의 상속세 문제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우려도 단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OCI와의 통합으로 한미는 한미헬스케어 합병 후 부채 늘어난 한미사이언스의 채무 조기 상환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작년 그룹 계열사였던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식품, IT솔루션 등 분야에서 자체 성장 동력을 갖춘 사업형 지주회사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1300억원대의 한미헬스케어 부채도 함께 떠안으면서 채무 조기 상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일부 주주들로부터 받아 왔다.
한미그룹은 "이번 통합으로 유입될 대규모 자산이 한미사이언스 부채를 조기 상환할 토대가 됨으로써 차입금 부담 감소에 따른 한미사이언스 기업 가치 제고는 물론, 주주 가치 실현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실제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한 이후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긍정적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1500억원대 운영 자금도 확보했다고 했다. 통합으로 확보할 또 다른 재원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확대를 위한 운영 자금으로 쓰일 계획이다. 한미그룹은 OCI 계열사인 부광약품과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예상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매출의 10~20%를 R&D에 투자하고 있는 연구개발 기업으로, 한미와 협업할 경우 R&D 시너지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의 R&D가 대사·비만, 면역·표적항암, 희귀질환 분야에 집중된 반면, 부광약품은 신경계 질환에 집중돼 있어 신약 파이프라인이 겹치지 않는다. 구조조정 같은 인위적 R&D조직 개편 없이도 협력을 통한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국내 영업 부문에서도 두 회사 간 겹치는 제품들이 없어 협력하는 세일즈 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수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글로벌 임상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체력도 갖게 됐다고 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협상 상대방과 계약 규모를 놓고 힘겨루기를 할 때 원개발사가 자체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회사라는 점은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지렛대가 된다"며 "OCI그룹과의 통합은 한미의 신약 개발 속도를 더 높일 뿐 아니라, 향후 라이선스 계약 협상에 있어서도 시너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 거대 시장을 경험해 본 OCI의 노하우가 한미의 수출 활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신약 라이선스 계약 협상 시에도 OCI와의 통합 시너지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이종산업 간 결합이라 오히려 시너지가 클 수 있다고 판단한 송영숙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담대한 결단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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