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주총시즌 앞두고 활동 본격화…단기이익 치중 우려도
타깃 기업 수 늘어나지만…단기 시세차익 집중·기업 사냥꾼 이미지 여전
업계 "초창기인 토종 행동주의 펀드, 제도 보완 필요"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본격적이다. 행동주의 펀드에 타깃이 된 상장사들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관계 법령, 제도,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 등 아쉬운 점이 많아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에는 제약이 있다고 토로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가 성큼 다가오자 행동주의 펀드들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현재 주주 제안·활동에 나선 행동주의 펀드는 플래시라이트캐피널파트너스(FCP), 얼라인파트너스, 차파트너스, VIP자산운용, KCGI자산운용 등이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증권시장을 개방하면서 싹이 텄다. 당시 외국계 경영참여형 헤지펀드들이 국내 기업을 타깃으로 하면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차익에만 급급하며 회사의 장기 성장엔 도움이 안 된다는 이미지가 생겼다.
이후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가 도입되면서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됐고, 국내 행동주의 펀드 활동도 증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근래 더 늘어나는 추세다.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 수는 2021년 34곳에서 2022년 37곳, 2023년 상반기까지 50곳으로 늘어났다.
대기업에 집중됐던 타깃도 중소기업으로 대상이 확장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은 과거에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대기업 중심이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도 하며 경영에 깊이 관여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주주제안·행동에 나선 행동주의 펀드들을 보면 과거와는 다소 양상이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 소각에만 그치지 않고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끈다.
FCP는 KT&G의 전·현직 사외사이들이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사외이사들이 1조원대에 이르는 자사주를 KT&G 재단과 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거나 동참했다고 보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차파트너스는 홍영식 남양유업 회장의 퇴직금과 보수 지급을 정지하라는 유지 청구를 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 측에 총 5명의 이사회 후보를 검토해달라며 명단을 전달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일본의 경우는 행동주의 펀드 행사 기간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지만,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그친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에 뛰어들면서도 '아니면 말고'식으로 참전한 MBK파트너스나,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고치겠다'며 DB하이텍을 압박하다 보유 지분 대부분을 시가보다 비싸게 팔아치운 KCGI자산운용의 케이스가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주주를 위해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나서지만, 정작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미국, 일본에 비해 국내 자본시장은 역사가 짧고 토종 행동주의펀드가 최근에서야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속단하기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더불어 '기업 사냥꾼'이라는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 개선, 제도적 여건도 더 갖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한 지 몇 년 안 돼서 단기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일 순 있다"면서도 "국내 행동주의 펀드 활동은 초창기에 가깝다. 우리나라 행동주의 펀드들도 1년 이상 주주제안, 활동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행동주의 시장이 크지 않고 법적인 부분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 의무만 있을 뿐 주주에 대한 의무는 없다. 이에 주주 행동주의 진영과 소액주주들은 이사회의 충실 의무를 전체 주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한 주주제안은 주총이 열리기 6주 전까지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이사회는 임시주총을 개최한다고 기습적으로 공시하고 감사위원 선임 안건도 깜짝 공개하며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할 통로를 차단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제안을 6주 전에 하도록 돼 있는데 6주가 되는 날 주총을 소집하는 경우가 있었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라며 "'기업 사냥꾼'이라는 대중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주의 권익을 공평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주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결이 되기 위해선 기업들의 펀더멘탈도 중요하지만, 지배구조 개선도 큰 역할을 한다"며 "그런 부분에선 행동주의 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내 자본시장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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