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돈잔치' 비판에 5대 은행 성과급 대폭 줄였다
희망퇴직금 규모도 축소…평균 4∼5개월 감소
지난해보다 퇴직금 3천만 원 감소…상위 1% 수준
[앵커]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이자 수익을 낸 주요 은행들의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지원 압박과 이자 장사로 돈을 번다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앤팩트, 경제부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엄윤주 기자!
직장인이라면 이맘때 성과급과 임금인상률을 신경 안 쓸 수 없는데요. 5대 시중은행 모두 그 규모가 전년보다 줄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2023년 임금단체협상을 마쳤는데요.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규모를 전년보다 크게 줄이기로 했습니다.
올해 임금 인상률을 일반직 기준 2%로 결정하며 지난해 3%보다 1%p 낮추기로 한 겁니다.
성과급도 전반적으로 축소됐습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통상임금이나 기본급의 평균 300%를 훌쩍 넘었는데, 올해는 200%대 수준에 그쳤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희망퇴직금 규모도 줄었습니다.
지난해에는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에게 월평균 임금의 24∼36개월 치를 줬는데 올해는 24∼31개월 치 수준으로 평균 4∼5개월 단축됐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보다 퇴직금도 3,000만 원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인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평균 5억 원대에 달하며 여전히 근로자 퇴직금 상위 1%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앵커]
사실 은행 입장에서는 지난 한해 역대 가장 많은 이자 수익을 내기도 하며 성과 측면에서는 좋은 성적표를 내지 않았나요?
[기자]
네, 지난 한해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자 이익이 크게 늘어 역대 최고 성과를 냈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당기 순이익만 11조 3,282조 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12.4% 증가했는데요.
이자 수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이자 이익도 28조 6,920억 원으로 역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 늘었습니다.
[앵커]
그런데도 성과급이나 임금 인상률 규모를 줄인 배경은 아무래도 은행을 향한 비판적인 여론 때문이겠죠?
[기자]
네, 높은 금리로 서민들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데 은행은 이자 장사로 쉽게 돈을 번다는 비판 여론이 크죠.
여기에 지난 한해 은행권을 향한 정부와 정치권의 고강도 압박이 연일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의 이례적인 날 선 표현들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윤석열 대통령(지난해 10월) :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에 종 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윤석열 / 대통령(지난해 11월) :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합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에서 무분별한 성과급 지출을 자제해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과 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결국, 따가운 여론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의 눈치 보기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실 이 같은 결정에 당연히 은행권 종사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겠죠.
내부에서는 일할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큰 상황입니다.
들어보겠습니다.
[은행 관계자 :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가 이제 좀 떨어지고, 은행 직원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에 사기 저하가…. 고금리 시대에 전 국민이 대출 금리부담, 불경기 이런 거에 힘들어하는 건 공감은 하지만….]
[앵커]
은행 입장에서는 이런 내부 불만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대안이 있습니까?
[기자]
성과급과 임금인상률은 줄였지만 복리 후생제도는 개선했습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자녀 출산 지원금을 증액했습니다.
둘째는 8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셋째 이상은 15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하나은행은 만 35살 이상 미혼 직원에게 결혼 장려금 100만 원을 주기로 했고요,
우리은행은 사원 연금제도에 대한 회사 지원금을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두 배 올렸습니다.
신한은행은 우리사주 의무 매입을 없앴고 NH농협은행은 장기 근속자를 위한 안식 휴가를 늘리고 2시간짜리 '반의 반차'를 신설하며 복지를 강화했습니다.
다만 복리후생 지원을 늘리면서 서민 고통 분담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일각의 지적은 여전히 나옵니다.
지금까지 경제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YTN 엄윤주 (eomyj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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