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세관, ‘위장 수출’로 러시아에 금지 품목 넘긴 일당 검거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주변국으로 수출 신고 뒤 운송은 러시아로
저가 신고 또는 다른 차종으로 허위 신고해 수출통제 회피

러시아에 수출 금지 품목을 불법으로 수출한 일당의 위장 수출 경로. 부산본부세관 제공

부산=이승륜 기자

국제 제제와 관련된 국내 절차를 어기고 러시아에 수출 통제 품목인 자동차와 제트스키 51억 원 상당을 수출한 일당이 세관이 붙잡혔다.

부산본부세관은 대외무역법, 관세법 위반 혐의로 러시아인 A(50대) 씨와 공범 B(40대) 씨를 불구속 입건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자동차 수출 전문업체 대표인 A 씨 등은 현행 국내외 규정을 어기고 러시아에 자동차와 제트스키를 수출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수출 금지국으로 지정했는데, 우리나라도 2022년 3월부터 이에 동참했다. 이에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통해 자동차 제트스키 등이 수출통제 품목으로 지정됐으며, 해당 품목은 별도 허가를 받아야 수출 가능하다. 하지만 A 씨 일당은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51억 원 상당의 자동차, 제트스키를 러시아에 수출한 혐의를 받는다.

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수출 물량을 분산할 목적으로 총 2개의 회사를 설립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수출 관련 서류를 조작하거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러시아 주변국 수출로 위장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송 과정에서 수취인을 바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물품을 배송하거나 말레이시아를 거쳐 러시아로 우회 수출하는 식이다.

A 씨 일당은 또 자동차와 제트스키를 수출통제에 포함되지 않는 품목으로 분류하는 허위 자가판정서를 세관에 제출하거나 5만 달러 이하로 통제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승용차로 허위신고 하는 방법을 썼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이 수출한 자동차는 37대, 제트스키는 64대로 확인됐다.

A 씨 일당은 화물차를 수출 제재 대상이 아닌 승용차로 허위 신고하는 수법도 썼는데, 결국 이 과정에서 범행이 모두 발각됐다. 세관은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러시아로 불법 수출한 정황을 포착해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러시아·벨라루스 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며 "부정행위를 발견하면 관세청 밀수신고센터로 제보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