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작’ 눈시울서 입술까지 눈물이 구르는 동안... 조정석 표변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4. 1. 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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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다음은 28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 중 죽음에 다다른 임금 이선(최대훈 분)과 진한대군 이인(조정석 분)의 마지막 대화다.

“역심을 품은 적 없다는 그 말 한 치의 거짓도 없다고 맹세할 수 있겠느냐?”(이선)

“예 맹세하겠습니다.”(이인)

“이것은 내 고명이다. 나를 해한 자를 직접 벌하고 원자를 보위에 올려라. 아무도 믿지 마라. 내 아우 인아”(이선)

이선의 토혈로 얼룩진 이인의 뺨 위로 눈물 한 방울이 구른다.

개인적으로 이 눈물 한 방울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눈물샘에서 시작해 입술에 맺히기까지의 짧은 순간은 진실에서 거짓으로 향하는 오랜 여정으로 보인다.

맹세할 때까지 이인에게 역심은 없었다. 진실의 순간은 거기까지. “원자를 보위에 올려라”란 고명이 떨어지면서 구르기 시작한 눈물은 거짓을 향해 줄달음쳤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형님 전하를 사랑하던 충성스런 신하, 술수와 모략을 튕겨내던 기개있는 대장부, 백성을 연민할 줄 알던 왕족 진한대군이었다.

그 눈물 한 방울 이후 이인은 표변했다. 함께 고명을 들은 동상궁(박예영 분)을 포섭하고 정적 김종배(조성하 분)를 비롯한 대신들 앞에서 이선의 고명을 왜곡한다. “내게 후위를 맡긴다 하셨소. 용상에 오르라. 종사를 보존하고 이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지키라.”

“허튼 소리!”라 일갈하는 김종배에게 함께 들은 동상궁의 증언을 들이댄다. 그리고 “천지신명께 맹세코 내가 고명을 받은 것은 사실이오. 허나 나는 대소신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용상에 오를 생각이 추호도 없소, 종친들과 문무백관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반대하면 용상에 아니 오를 것이오.”라 천명한다. 즉 이인은 김종배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를 반대하는 다른 이들도.

이인의 이 같은 표변은 이선이 부추겼다. 이선은 강항순(손현주 분)의 만류에도 명나라에 세작을 보내도록 밀명을 내렸고 세작 추달하(나현우 분)가 청나라에 잡혀 군사적 위협이 가해지자 강항순이 배후를 자처, 압송된다.

이선은 강항순의 그런 충정조차 “강항순이 청 황제에 호소해 진한대군을 보위에 올릴 수도 있다”는 김종배의 요설에 현혹돼 의심한다.

이선의 명으로 김종배가 이인을 향한 표적수사를 진행하며 홍장(한동희 분)뿐 아니라 강희수(신세경 분)까지 잡아들이자 이인은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고자 이선을 찾아 마지막 형제애에 호소해 봤었다. 나는 당신의 정적이 아니라 당신이 아꼈던 하나뿐인 동생이라고.

그 호소에 이선이 응답했다. “그래 아꼈지. 그래야 대비전의 핍박에서 벗어나 보위에 오를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너를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

허탈에 빠진 이인이 “저는 형님을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자결은 불가하옵니다. 형님께서 직접 죽여주시옵소서”했을 때 이선은 “오냐 소원이 정 그렇다면 내 손으로 직접 네 숨통을 끊어주마. 원망치 마라. 니가 자초한 일이다.”며 칼을 겨눴다. “심려하지 마십쇼. 원망도, 회한도 남김없이 갈 터이니 부디 미혹에서 벗어나 성군이 되시옵소서.”

그렇게 이인의 목을 치려던 이선은 기미하지 않은 채 마신 탕약의 독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배신당한 우애, 부정당한 인생의 허탈 끝에 찾아온 구명의 기회에서 이인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이인은 외숙인 박종환(이규회 분)에게 그 생각을 밝힌다. “지존이 되는 것, 용상에 올라 만천하를 호령하고 다스리는 것, 그것이 숙명이니 거부하지 말라. 그 숙명 받아들이겠습니다” 아울러 그 뇌리엔 ‘아무도 믿지 말라’는 이선의 마지막 당부만이 깊숙이 박혔을 것이다.

한편 김종배로선 이선의 고명을 앞세운 이인을 축출하기 위해선 홍장과 강희수 등의 증언이 발등의 불이 되었다. 김종배는 유현보(양경원 분)에게 고신을 명한다. 하지만 강희수가 안쓰러운 김명하(이신영 분)가 대신 공초를 받겠다 나서고 희수는 “살기 위해 죽어서도 씻기지 않을 죄를 짓는 것이 백배 천배 더 무섭습니다”며 거절한다. 그런 판에 유현보는 강희수에게 특별하게 구는 김명하를 자극한다. 결국 김명하는 거짓공초를 만든다.

아들 김명하가 만든 공초를 앞세워 만조백관 앞에서 이인의 역모죄를 추궁하는 김종배. 하지만 유현보가 나서 그것이 김종배의 사주로 김명하가 만든 거짓공초임을 증언한다.

그에 앞서 유현보는 “유현보는 사냥개다. 호랑이 목덜미를 물 수 있는 사냥개. 호랑이가 죽고 쓸모없어지면 삶아버리면 그만인 사냥개”란 김종배의 속내를 엿들었다. 그렇게 말을 갈아탄후 김명하를 압박해 거짓공초를 만들도록 종용했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김종배를 베어버린 이인이 백관들을 향해 묻는다. “내가 용상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는 자 더 있소?” 그렇게 만장일치로 왕위에 오른 이인은 강희수 등이 수감된 추국장으로 행차한다.

왕이 된 이인에게 기대에 찬 눈길을 보내던 희수는 이인의 입에서 나온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놀란다. “역적과 손을 잡고 거짓 고변으로 종묘와 사직을 위태롭게 한 죄 심히 무겁고 중하구나.”

자리를 떨쳐 일어선 이인의 발길을 희수가 잡는다. “전하 홍장만은 살려주십시오. 망형지우의 마지막 청입니다.” 이인의 답은 “과인은 이제 필부가 아니다. 이 나라의 임금이다. 임금에겐 신하와 정적만 있을 뿐 친구는 없다.”였다.

사실 김종배로부터 말을 갈아타면서 유현보가 진한대군 이인에게 원한 것은 단 하나. 강희수와 홍장을 포함한 내기바둑 패거리들의 엄벌 뿐이었다. 지난 시절 희수는 오해했다. 정작 이인은 유현보 같은 부나방 무리에도 휘둘리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떠난 유배길서 홍장은 객사하고 희수는 도망치다 칼을 맞고 소에 빠져 흘러간다. 희수에게 흰 자갈을 건넸던 그 개울가에서 이인은 비분강개해 말했었다. “다시는 무고한 백성들이 참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이인은 제 입으로 뱉은 맹세조차 지키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희수가 맹세한다. “그 자에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도륙당하는 이 고통, 이 치욕을 기필코 느끼게 해줄 겁니다.”

3년이나 주야로 주색에 빠졌던 이인은 그조차 시들해져선지 왕이 부르면 언제든 바둑을 두는 기대령을 선발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강몽우란 이름으로 나타난 희수. 간악한 술수로 세상을 속인 주상을 끌어내리기 위해 돌아왔다고 천명한다.

눈물 한줄기 구르는 한순간에 백성에 대한 연민을 저버린 자, 대장부의 기백 대신 권모와 술수를 부리는 자. 천하를 호령하고 휘어잡을만한 재주와 위세는 가졌으나 자신을 잃어버려 위태롭고 위험한 자. 이인. 그를 어쩔 것인가? 그리고 한때 그를 연모했던, 그리고 이제는 증오하는 강희수는 또 어쩔 것인가. 이들의 얘기가 '세작, 매혹된 자들'을 궁금하게 만든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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