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하다던 김종국 감독, 충격의 구속영장 청구… 날벼락 KIA 새 감독 선임? 향후 시나리오는?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국 KIA 감독에 대한 사법 기관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사태가 급하게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KIA가 결국은 김종국 체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구속이 확정된다면 KIA는 2년 연속 구단 고위급 인사의 품위 손상 행위라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고, 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도 그만큼 험난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뉴스와 YTN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김종국 KIA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30일 피의자 신분이 된 김 감독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 또한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과 김종국 KIA 감독에 대하여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수사 의뢰 사건 및 해당 사건 수사 중 추가로 확인된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9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24일은 김 감독이 검찰 수사를 받은 전후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감독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이 조사 결과에 따라 두 야구계 인사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인사는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KIA 단장과 감독직에 오르며 한 배를 탄 사이였다. 이중 장 전 단장은 뒷돈 요구 파장으로 2023년 3월 해임됐고, 김 감독도 연관된 의혹을 받음에 따라 최악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 감독은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최근 이미 검찰에서 한 차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낳았다. 검찰은 김 감독과 이미 ‘뒷돈 요구’ 논란으로 KIA에서 해임된 장정석 전 단장과 연결고리에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단장 수사에서 김 감독의 무엇인가가 발견되지 않았느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지난해 5월부터 장 전 단장의 비위를 수사해왔고, 지난해 11월에는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수사의 속도를 높인 바 있다. 28일 김 감독의 직무정지가 확정되자 이 과정에서 어떤 금품이 김 감독으로도 흘러가지 않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업계 전반적으로 돌고 있었다.
KIA는 이미 하나둘씩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KIA는 하루 앞선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치 처분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KIA는 이번 사태를 25일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감독의 보고가 아닌 외부 제보를 통해 알게 돼 더 당황스러웠다. KIA는 27일 김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이를 확인했고, 28일 곧바로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KIA는 28일 보도자료에서 ‘KIA는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27일 김종국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면서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IA로서는 날벼락과 같은 일이었다. KIA는 2월 1일부터 호주 캔버라의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이번 스프링캠프는 대규모 인원이 참가해 2024년 팀의 각오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KIA의 캔버라 1차 캠프에는 코칭스태프 20명, 선수 47명 등 총 67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선수단은 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으로 구성됐고, 2024년 신인 가운데에서는 투수 조대현과 김민주가 명단에 이름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KIA는 이번 스프링캠프에 대해 ‘1차(호주)와 2차(일본)로 나뉘어 진행된다. 호주 캔버라에서 3일 훈련, 1일 휴식 체제로 체력 및 기술, 전술 훈련을 소화한 뒤 2월 21일 일본으로 건너가 3월 6일까지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본격적인 실전 체제에 돌입한다’면서 ‘선수단은 2월 25일 KT와의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KBO 리그 팀들과 5차례의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으며, 27일 일본 프로야구팀 야쿠르트 스왈로스와도 연습경기를 치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차 캠프에서 기술과 전술 위주로 훈련을 소화한 뒤 컷오프 과정을 거쳐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는 전지훈련 성과를 체크한다는 방침이었다. 지난해 6위에 그친 KIA는 올해 상위권 판도의 다크호스로 평가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력이 탄탄하고, 지난해 부상 악령에 울었던 만큼 선수단이 조금 더 건강하게 시즌을 보낼 수 있다면 더 좋은 성적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구단도 선수단에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2024년을 기다려왔다.
김종국 KIA 감독도 지난해 1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마무리캠프 당시 지난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더 짜임새 있는 전력으로 2024년에 임할 것이라는 각오를 드러냈다. 6~8선발, 내야 백업, 우완 구위형 불펜 자원, 포수 경쟁 등 여러 부분에서 화두를 다루기도 했다. 선수단은 1월 30일 호주로 출국해 2월 1일부터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캠프 출발을 고작 이틀 앞두고 김종국 감독의 직무정지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다.
여기에 검찰이 김 감독의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KIA도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물론 아직 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검찰이 어떠한 물증을 가지고 기소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죄를 입증하더라도 그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으로 보여 빠른 현장 복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KIA가 새 감독 인선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 결백 주장했던 김종국 감독, 어쩌다 구속영장까지 받게 됐나
KIA는 김 감독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1월 중순까지만 해도 전혀 낌새가 없었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갑자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1월 25일 외부 제보를 통해 김 감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처음으로 인지했다. KIA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으로부터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수사 소식이 알려지자 최근 독립리그 야구단에서 있었던 비리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다. 독립리그 야구단의 한 임원은 “프로야구단에 입단시켜주겠다”며 한 선수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큰 파장을 낳았다. 하지만 이 임원은 이 돈을 중간에서 가로챘고,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가 들어오면서 KBO도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 임원이 김종국 감독과 사적으로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업계의 관심도 커졌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절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고, KIA도 이 주장에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실제 선수에게 받은 돈이 김 감독에게 전달됐다는 증거는 없었고 임원이 중간에서 가로 챈 정황도 뚜렷했다. KIA 또한 이번 수사는 최근 독립리그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설명은 즉, 김 감독이 다른 건의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는 의미였다.
김 감독은 구단에 보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27일 면담 자리에서는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은 죄가 없다는 논리였다. 구단에 미리 보고하지 않은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논리를 댄 것을 알려졌다. 수사권이 없는 구단으로서는 일단 김 감독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검찰 수사는 초기 단계였고, 구단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KIA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스탠스를 밟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단순히 소환 조사 한 번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수사를 받고 있는 김 감독이 캠프를 정상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게다가 KIA는 해외인 호주로 날아갈 예정이었다. 자칫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게다가 숨기고 가기도 찜찜했다. 검찰 조사를 한 차례 받은 이상 죄가 있든 그렇지 않든 어떤 식으로든 알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캠프에서 선수단을 지휘하고 있다가 소식을 알려지거나, 혹은 다시 재소환이 될 경우는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이에 KIA는 김 감독을 직무정지하며 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치르기로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유죄의 가능성이다. 검찰이 어떤 근거도 없이 소환을 하지는 않았을 만큼, 김 감독의 결백 주장과 달리 무엇인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팀을 지휘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두 번째는 수사 장기화 가능성이다. 무죄가 빠른 시일 내에 입증된다면 김 감독은 이미지 훼손을 감수하고 현장에 돌아올 수는 있었다. 죄가 없는 감독을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 검찰 수사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검찰이 여러 정황을 확인하고 참고인 조사도 여러 차례 하기 때문이다. KIA는 적어도 캠프가 끝날 때까지는 김 감독 수사가 종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캠프는 코치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결백을 주장하던 김 감독의 구속영장 청구에 모두가 당황하는 기색이 보인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혐의가 거의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김 감독의 잘못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검찰도 이번 사건이 전 스포츠 팬들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한 만큼 ‘헛발질’의 요소는 최대한 줄였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미 뒷돈 요구가 녹취록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정석 전 단장과 엮였다면 유죄 입증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더 커진다. 만약 30일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김 감독은 구속 상황에서 수사를 받는다.
사실 김 감독은 공인이고, 도주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장 전 단장도 최근 8개월 이상 수사를 받았지만 구속이 되지는 않았다. 김 감독의 경우 현역 감독이라는 점에서 더 도주의 위험이 없다. 이런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 사건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고, 또한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 감독의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현역 감독이 재임 기간 중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KBO리그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 감독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 KIA의 다음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KIA는 당초 김종국 감독의 거취에 대해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유죄이냐, 무죄이냐는 수사권이 없는 KIA 구단이 짐작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소환 조사까지 받은 만큼 수사 기관의 판단이 있어야 했다. 여기에 김 감독이 결백을 주장하면서 KIA의 셈법도 더 복잡해졌다. 일단 28일에는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사태를 지켜보기로 한 이유다. KIA 구단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라 상황을 더 지켜보고, 구단 내부적으로도 알아보는 방법을 병행해야 할 것 같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28일까지 KIA에 놓인 선택지는 불편하더라도 꽤 많았다. 우선 가장 좋은 것은 김 감독이 자신의 말대로 결백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가장 이미지 타격이 덜하고, 구단도 부담이 없는 시나리오였다. 만약 2월 내 무죄나 무혐의가 입증된다면 김 감독은 늦어도 3월 시범경기부터는 현장에 복귀해 선수단을 정상적으로 지휘할 수 있었다. 김 감독 자신의 이미지 타격은 있었겠지만, KIA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KIA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검찰 조사라는 게 단기간이 끝나지 않고, 무혐의를 입증하는 데까지 시간이 한 달 이상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은 걸렸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김 감독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고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었다. 이 경우는 KIA도 애매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이 없다면 까다로울 수는 있어도 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가 지휘하면 된다. 어차피 코칭스태프가 합의한 훈련 스케줄이 있고, 유선상으로 김 감독에게 보고하며 캠프를 끌어가면 된다. 문제는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였다.
구단 내부적으로 김 감독의 무죄를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다면 일단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시즌을 시작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불리해지는 건 김종국 감독과 KIA였고, 기한 없는 대행 체제가 효율적이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도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KIA가 새로운 선택지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시즌이 시작됐는데 외부에서 새로운 감독을 데려오기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선수단 내 혼란이 크다. 이미 코칭스태프는 다 세팅이 되어 있는 상태고, 새 감독의 선수단 파악에도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리빌딩 팀이 아니라, 올해 우승을 목표로 달리는 팀에는 치명적인 사태를 불러올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 감독을 승격시키거나, 혹은 새 감독 선임을 전제로 한 대행 체제가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김 감독의 유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고, 여기에 구단의 이미지도 크게 떨어졌다. 기본적으로 김 감독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제 구단도 김 감독 체제를 더 이상 끌고 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설사 김 감독이 법정에서 무죄를 증명하더라도 재판을 준비하는 시간이 있고 또 항소 가능성도 있어 최종적인 결론이 금방 나오기는 어렵다. KIA가 이제 새 감독 체제를 준비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전후로 해 김 감독 거취에 대한 뭔가의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선택지는 크게 가지다. 급한대로 감독 대행을 두느냐, 정식 감독을 찾느냐다. 후자는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내부에서 감독을 승격시키거나, 혹은 시간이 급하지만 외부에서 감독을 찾는 것이다. 내부 승격은 일단 수석코치를 맡고 있는 진갑용 코치가 현시점에서는 가장 확률 높은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진 코치보다 더 아래 연차의 코치가 감독을 맡으면 내부 코칭스태프 정리에 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반대로 KIA가 과감하게 새 감독을 찾는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해야 한다. 당장 캠프가 시작되기 일보 직전이고, 적어도 2월 초에는 새 감독이 선임되어야 새 감독이 캠프에 가 선수들을 보고 올해 구상을 나눌 수 있다. 새 감독 후보군으로는 매번 거론되던 야인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KIA 내부적으로도 선호하는 후보군이 있을 수 있어 사실 예상이 어렵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심사숙고한 뒤 선택할 시간적 여유는 부족하다. 이번 김종국 감독 사태가 KIA에 어마어마한 치명상을 입힌 이유다.
◆ KIA에 모든 것을 바쳤던 프랜차이즈, 이대로 불명예 퇴진하나
김종국 감독은 유구한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에서도 특별한 입지를 가진 인사다. 김 감독은 무등중-광주일고-고려대를 졸업한 뒤 1996년 해태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대형 내야수로 각광을 받았고, 프로 입단 후에도 두꺼운 해태의 선수층을 뚫고 비교적 일찍 자리를 잡은 축에 속한다.
김 감독은 1996년 1군에 데뷔해 2009년 마지막 시즌까지 1군 통산 1359경기에서 타율 0.247, 66홈런, 429타점, 254도루, 604득점을 기록했다. 주 포지션은 2루수였고, 간간히 유격수도 보면서 중앙 내야를 오갔다. 공격이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내야 수비력을 자랑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비력을 과시했고, 작전 수행능력이 매우 뛰어났으며 도루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전성기 당시에는 전설적인 유격수인 이종범과 키스톤 콤비를 이뤘고, 또 테이블세터의 일원인 2번 타자로도 포진하며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이런 장점을 인정받아 국가대표팀에도 여러 차례 선발되는 등 KIA를 대표하는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더그아웃에서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단을 묶는 재주가 있었고, 이 때문에 현역 은퇴 시점을 즈음해서는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 경력의 전체를 타이거즈에 바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기도 하다. 타이거즈를 거쳐간 많은 스타들이 있지만, 김 감독처럼 선수는 물론 지도자 경력까지 모조리 KIA의 이름으로 도배된 경우는 거의 없다. 김 감독은 2010년 은퇴식을 치른 이후 코치로 보직을 변경해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 2군 수비 코치를 시작으로 2군 작전‧주루 코치를 거쳤다. 현역 시절 자신의 장기를 살릴 수 있는 보직을 맡은 것이다. 이어 2012년부터는 1군 작전‧주루 코치를 오랜 기간 수행했다.
대표팀에서도 김 감독의 능력이 필요했다. 2019년 김경문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오르자 야구 대표팀의 작전 코치로 선임돼 태극마크를 달고도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201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그리고 2021년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당시에도 대표팀 코치로 출전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2021년에는 시즌 중간에는 1군 수석 코치로 승격해 감독 코스를 밟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21년 시즌을 끝으로 맷 윌리엄스 감독이 사실상 경질되자 맷 윌리엄스 감독의 후임으로 2022년 3년 계약을 하고 KIA 사령탑에 올랐다.
당시 여러 후보군이 있었지만 김종국 감독의 팀 내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 KIA는 새 감독의 바람, 그리고 안정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적임자로 김 감독을 낙점했다. KIA는 ‘김종국 신임 감독은 누구보다 구단을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갖춰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 선수단과 코치진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어 빠르게 팀을 재정비, 도약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 또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어 팀을 빠르게 정비하고 재도약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 특히 구단과 국가대표팀에서 쌓아온 다양한 코치 경험을 토대로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 선임 설명에서 구단이 김 감독에게 기대하는 바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김 감독도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지휘봉을 잡았다. 고향팀이자, 자신의 현역을 바쳤고, 지도자 생활도 KIA에서만 한 김 감독은 KIA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김 감독은 취임 당시 "30년 가까이 몸담고 있는 KIA 타이거즈라고 하는 명문 구단의 사령탑에 올랐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동시에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며 마음 한켠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팀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많은 것을 바꾸고, 기초부터 탄탄해져야 한다. 모든 선수들을 동일한 출발선에 두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헛되지 않고, 타이거즈 팬 여러분의 열망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IA는 2021년 9위까지 처지며 변화와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만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인 전력 보강에 성공하며 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시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최대어였던 나성범과 6년 총액 150억 원에 계약하며 팀의 문제점이었던 중심 타선을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KIA는 2021년 공격력이 리그 최하위권이었고 이것이 팀의 발목을 번번이 잡던 상황이었다. 개인이 가진 기량은 물론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나성범의 가세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 이유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FA 신분으로 돌아온 양현종과도 4년 총액 103억 원에 계약하며 마운드의 토종 에이스까지 찾았다. 그런 KIA는 2022년 한결 더 나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성적을 끌어올렸다. 2021년 58승76패10무(.433)에 그쳤던 KIA는 2022년 70승73패1무(.490)를 기록하며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 막차를 타는 데 성공했다. 비록 승률은 5할 아래였지만 어쨌든 1차적인 목표였던 포스트시즌 복귀에 성공하며 소기의 성과를 남긴 것이다. 다만 김 감독은 kt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비난을 받으며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마무리했다.
2023년은 부상에 울었다. KIA는 2022년보다 더 좋은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 속에 상위권의 다크호스로 뽑혔다. 그러나 시즌 시작부터 부상자가 쏟아졌고, 여기에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하면서 좀처럼 팀이 탄력을 받지 못했다. 주축 타자인 나성범이 시즌 전 종아리 부상으로 장기 이탈한 게 결정적이었다. 나성범 김도영이 돌아온 뒤 활화산 같은 타격을 바탕으로 힘을 받는 듯했으나 시즌 막판 나성범 박찬호 최형우가 연이어 부상에 쓰러지며 힘이 빠진 가운데 결국 6위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KIA는 전년보다 더 좋은 승률(73승69패2무, 0.514)을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 초대권을 받지 못해 실망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사실 KIA는 피타고리안 승률에서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LG에 이어 지난해 정규시즌 2위였다. 하지만 팀 실제 승률은 그에 미치지 못했고, 이에 김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한 비판이 KIA 팬들 사이에서 빗발치기도 했다. 김 감독의 선수단 운영과 주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감독은 뎁스 강화에 중점을 맞추고 2024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2024년은 김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로 큰 기대가 걸린 한 해였다. 김 감독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당시부터 팀 전력 강화에 사활을 걸며 2024년을 대비했다. 더 이상 5위로는 만족할 수 없는 팀이 됐고, 이제는 그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층 강화를 모토로 내걸고 의욕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토종 선발진 세 명,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로 이어지는 6~8선발 발굴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선수들이 살아야 기존 로테이션 선수들의 휴식도 고려하면서 팀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부상 등 돌발변수에 대처할 수 있었다. 지난해 이 몫을 하며 가능성을 내비친 황동하를 비롯, 장민기 김유신 김기훈 조대현 등이 후보군으로 뽑혔다. 우완 불펜진은 장현식 유승철의 정상화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포수진은 김태군의 백업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경쟁할 만한 자원들이 있었다. 한승택 주효상에 한준수, 그리고 신인 이상준과 군에서 제대한 권혁경까지를 후보군에 넣었다. 김선빈의 뒤를 받칠 백업 내야수로는 박민 정해원 윤도현 등을 후보로 뽑으며 스프링캠프까지 집중 관찰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들은 대다수가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며 팬들의 기대를 부풀게 했다. 선수들의 의욕도 단단했다. 하지만 정작 김 감독이 금품수수에 대한 수사를 받고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면서 자신의 구상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중도하차할 위기를 맞게 됐다.
현실적으로 1년 남은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김 감독도 불명예 퇴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현직 프로야구단 감독이 금품수수 의혹으로 재임 기간 구속영장을 받은 사례는 KBO리그 역사상 없다. 죄가 있든 그렇지 않든 그 자체만으로도 경력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만약 혐의가 입증된다면 다시는 프로야구판에 돌아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0년 동안 한 팀에서 경력을 바치며 나름의 입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장정석 이어 김종국까지, KIA 역사에 최악의 듀오로 남나
KIA는 2년 연속 구단 고위층 인사로 머리가 아프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감독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단장과 감독으로 취임했다. 하위권으로 처진 팀을 쇄신하고 발전시켜달라는 구단의 의중이 묻어 나왔다. 구단 고위층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도 모험 요소가 있었지만, 당시 KIA는 그래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다. KIA에서 선수 생활을 한 경력이 있지만 사실상 외부 인사 느낌이 강한 장 전 단장, 그리고 KIA를 훤히 꿰뚫고 있는 김 감독의 조합도 큰 기대를 모았다.
장 전 단장은 부임 이후 적극적인 FA 보강, 그리고 트레이드로 현장에 힘을 실어줬다. 키움과 트레이드에서 박동원을 얻어 포수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했고, SSG와 트레이드에서는 김사윤과 임석진을 보강해 팀의 취약점에 하나의 자원들을 더 마련했다. 2022년 시즌 뒤에는 키움과 다시 트레이드를 벌여 포수 주효상을 영입하기도 했다. FA 자격을 얻은 주전 포수 박동원을 잡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벌인 트레이드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박동원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발견되며 해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장 전 단장은 2022년 시즌 중 박동원을 개인적으로 만나 FA 협상에 대한 ‘뒷돈’을 요구한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장 전 단장은 농담조였다고 해명했으나 박동원이 가지고 있던 녹취록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LG와 4년 65억 원 계약을 하며 KIA를 떠난 박동원은 지난해 3월 KIA 그룹과 선수협에 이 녹취록을 제보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선수협이 들고 일어나면서 심각한 사태가 됐다. 녹취록을 확인한 KIA도 장 전 단장의 죄가 있다고 판단하고 곧바로 해임 절차를 밟았다. 구단의 품위를 해쳤다는 이유였다.
당시 KIA는 ‘품위 손상 행위를 한 장정석 단장을 해임 조치했다. 장 단장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했고, 해임을 결의했다. 지난해 모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지난주에 받은 이후 사실 관계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장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 해임 조치했다. 구단은 이번 사안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구단 임직원 및 선수단의 준법 교육에 더욱 힘쓰고,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KBO도 검찰에 장 전 단장의 혐의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했고, 5월 사건이 검찰로 배당됨에 따라 수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듯했다. 한동안 잠잠하다 지난 11월 장 전 단장의 자택 등에 압수수색이 들어가며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장 전 단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감독의 금품수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24일 나란히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사실상 협의 입증이 끝났음을 드러냈다.
2022년 위기의 팀을 구하고자 나란히 선임된 두 인사가 1년의 시차를 두고 구단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인사는 30일 나란히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는데, 구속영장이 기각된다고 하더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장기간 수사가 불가피해보인다. 검찰이 오랜 기간 수사를 했고, 김 감독 사례에서 보듯 꽤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여 향후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장 전 단장과 김 감독 모두 불명예 퇴진이 유력해보이는 건 사실이다.
KIA는 2년 연속 날벼락을 맞았다. 장 전 단장의 후임 찾기에 꽤 오랜 시간 장고를 거듭한 KIA는 심재학 현 단장을 선임하며 분위기를 추슬렀다. 심 단장은 KIA에서 맞이하는 이번 오프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모두가 2024년 준비에 사활을 건 모양새였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현장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김 감독 사태에 할 말을 잃은 상황이다. 30일 영장실질심사가 주목되는 가운데 KIA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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