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막막하다구요?···내 사업장 위험·할 일, 30초면 안다

세종=양종곤 기자 2024. 1. 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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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중처법 대응위한 ‘안전진단’ 해보니
12개 항목 체크 후···3등급 판별·지원 연계
안전 사업장 구축 의지·직원과 소통 ‘강조’
문항 기억하면, 중처법 요구핵심 인지한 셈
고용부의 산업안전 대진단 자가진단 결과. 사진제공=고용부
[서울경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27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법은 2022년 1월 27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 범위를 넓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형사 처벌이 가능한 탓에 법 이행에 대한 불안감과 처벌에 대한 공포감이 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법은 법리가 명확하다. ‘막을 수 있는 사고’는 처벌하고 ‘막을 수 없는 사고’는 처벌하지 않는 법이다. 동시에 사업주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안전보건관리체계)을 하면 처벌하지 않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법이다.

정부는 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막연한 불안감을 낮추고 산재 감축이란 법 취지가 달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편다. 중대재해법 이행은 자신의 일터에서 사고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단계부터 출발한다. 고용노동부가 이를 위해 29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2024 산업안전 대진단’에 참여해봤다. 30초면 내 사업장의 위험 정도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충분했다.

고용부 산하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는 이날부터 ‘2024 산업안전대진단’이란 창이 마련됐다. 이 창을 누르면 ‘자가진단 바로가기’란 버튼이 나온다. 이 버튼을 누르면 진단 시작이다.

자가진단은 익명이다. 업종, 근로자 수, 업무 등 3가지 기본 정보만 묻는다. 특히 업무는 근로자 선택란도 있다. 사업주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자신의 직장의 위험도를 판단할 수도 있다. 기자는 제조업, 5인 이상~20인 미만, 근로자로 가정하고 진단을 시작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을 방문해 소규모 서비스업 사업장 대표들에게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안내문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항은 총 12개로 문항 별로 5개 등급을 나눴다. 사업장 전체의 위험도 및 대응 정도가 2개, 안전보건관리체계 세부 항목이 10개다. 위험도 및 대응정도는 위험도 자각과 위험요인 개선 관리 여부다. 위험요인의 개선은 산재예방정책의 핵심이다. 통상 산재는 산재가 일어난 사업장에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세부 항목 문항 10가지는 사실상 중대재해법 이행의 핵심이다. 10가지 문항을 외운다면, 중대재해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인지하는 셈이다.

1번 문항인 경영책임자(중대재해법 상 사업주를 칭한)의 안전 목표 수립은 고용부가 중대재해법 이행의 선결이라고 강조해왔다. 기업의 안전 문화는 사장, 사업주가 만들기 때문이다. 사장과 사업주의 관심과 투자에 따라 해당 기업 안전도도 천차만별이다. 중소기업일수록 이 경향은 더 짙다.

3번 문항인 안전보건을 위한 예산 마련도 중대재해법 이행의 중요 요건이다. 중대재해법은 ‘서류상의 안전’이 아니라 ‘작동하는 안전’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법이다.

특히 4~6번에서 묻고 있는 사업장 안전과 근로자의 소통은 중대재해법 이행을 넘어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강조됐던 안전방침이다. 현장의 위험은 근로자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여러 사망산재 사업장은 근로자의 의견이 묵살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미 여러 기업이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고 있는 배경이다.

7~ 8번 문항인 안전교육과 10번 문항인 안전 정기점검은 현장의 안전대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최소한 요건이다. 이런 체계가 갖춰져야 해당 기업이 안전 사업장을 만들려고 한다는 노력이 입증된다. 9번 문항은 고용부가 사업장에 내내 강조하는 사고 후 개선책 마련이다. 사고는 원인이 있고 이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고용부의 산재 통계에서도 사망재해는 무사고 사업장 보다 유사고 사업장에서 발생률이 훨씬 높다.

기자는 모두 5가지 등급 모두 보통으로 체크했다. 진단결과는 빨간색(빨강·노랑·초록 3단계)이고 100점 만점에 60점으로 매겨졌다. 진단은 “적극적으로 정부 지원을 신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 단계는 정부지원사업 신청이다. 신청부터는 실명 사업장을 입력해야 한다. 교육은 컨설팅·기술지도, 재정 지원, 교육 등 총 7가지다. 클릭만으로 신청이 가능하고 유선으로 관련 문의를 할 수 있다. 고용부는 각 지역별로 상담 지원 센터도 운영한다.

이번 안전진단은 27일부터 새로 법 적용을 받는 5~49인 사업장 약 83만7000여곳의 중대재해법 이행을 위해 마련된 대책 중 하나다. 정부가 나서 이렇게 대규모 사업장의 안전 진단에 나선 전례가 없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서울 명동에 있는 한 음식점을 찾아 “막연한 두려움보다 차분히 자신의 사업장을 둘러보면서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재해예방 역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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