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첫 사망에 美 분노…대선 앞둔 바이든 '이란에 보복' 결단하나
확전 방지 안간힘 쓰는 미국…가자전쟁 협상·대선 등 한계도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중동에서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미군이 사망한 사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의 공격에 미국은 확전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 보복 공습에 의존해왔지만, 실제 사망자가 나오면서 더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공격의 실질적인 '뒷배'인 이란을 직접 타격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요구가 빗발치면서 오는 11월 대선과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신경써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요르단 북동부에 있는 미군 주둔지 '타워 22'에서 친이란 무장세력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지고 34명이 부상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라믹 레지스턴스'(Islamic Resistance)는 성명을 내고 "미국이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한다면 사태가 확대될 것이라"고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중동 주둔 미군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총 150여 차례나 친이란 세력의 공격을 받아왔지만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과의 확전을 피하려는 미국은 그동안 방어에 집중하며 이란보다는 공격을 감행한 무장세력들을 겨냥한 표적 공습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공화당은 물론 미국 안보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정책이 실패했다며 강력한 대응책을 촉구하고 있다.
NYT는 "미국 관리들은 첫 미군 사망자가 나오면서 다른 수준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세계는 이란이 행동을 바꾸도록 강요하기 위해 미국의 힘을 행사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란의 해군·공군을 직접 타격하거나 지도부를 암살하는 강경책에 대한 주장도 나오는 모양새다.
다만 군 통수권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강력한 요구에도 실제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브라이언 카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은 단지 이 사건에 대응하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그동안 부재했던 억지력을 회복하려는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라며 "그는 일종의 '골디락스' 대응을 찾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다시 말해 이란과의 전면전을 유발할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으면서도 갈등이 계속 이어질 만큼 약한 대응이 아니라 "딱 맞는" 방법을 탐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미국 고위 관리는 "미국은 이란이 요르단에서 분쟁을 확대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본다"라면서도 "이란이 이번 공격을 직접 명령한 것인지, 친이란 세력이 스스로 타격하기로 결정한 것인지는 아직 파악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이다.
현재 미국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프랑스 파리에 급파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 중재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란을 직접 타격하면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과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바이든 대통령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오는 11월 대선에 출마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번 공격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기회조차도 없었을 것"이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원조 요구가 공화당의 반대로 계속 무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타격으로 전면전에 뛰어든다면 우크라이나 지원은 아예 이뤄지지 못할 위험도 있다.
미국 당국자들도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이날 ABC방송과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목표는 그들을 저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중동 분쟁이 광범위한 분쟁으로 이어지는 길로 가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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