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곡성서 터 잡은 청년농부 "되겠어?" 편견과 싸움
주변서 말리던 패러글라이딩 사업도 호기롭게 시작
[헤럴드경제(곡성)=박대성 기자] "고향인 곡성에 정착하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 젊은 사람이 없더라구요. 막막했지만 저 처럼 젊은 사람이 곡성에 터 잡아 부흥시켜보자 이런 의욕 하나만 갖고 겁도 없이 호기롭게 사업을 시작했어요."(웃음)
아버지의 권유로 회사 생활에 재미를 느끼던 10년 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고향에 정착한 농업회사법인 미래팜 이일규(40) 대표.
평소 농업에 관심은 있었으나, 농사에 문외한인 이 대표가 곡성의 청정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사업구상을 하던 중 코로나19로 해 오던 패러글라이딩 관광객이 줄자 건강과 면역력 있는 작물 재배를 고민하다 산삼배양근 사업 구상에 도달했다고 한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누비며 온갖 선구자를 수소문하고 서적을 뒤진 끝에 어렵게 산삼배양 기술을 배워 무수한 실패를 거듭하다 이윽고 재배에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2021년 9월 곡성군 고달면에 330㎡(100평) 규모의 농장을 열어 하루에 30~40kg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며 월 3000~4000만원의 매출을 목표로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해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산삼배양근은 흙이 없이도 온실(응달)에서 양액에 넣어 60일 간 키우면 콩나물처럼 사포닌 성분이 녹아 든 뿌리를 채취할 수 있다.
이것은 산삼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인공적으로 배양한 뿌리라는 점만 차이점이다 .
자라나는 뿌리가 마치 눈꽃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브랜드 이름이 '눈꽃 산삼'으로, 농장 직거래 또는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위탁판매되고 있다.
이 대표는 “주변에서 청년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라", "청년이 도전해야 농촌이 산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어렵게 제품을 내놓으면 무관심에 서러울 때가 많았다고 한다.
“새로운 거를 하라고 해서 산삼 시작했는데 정작 주변에서는 '이게 뭐냐'는 반응이었고, 소비자들도 생소한 제품이다보니 판로가 쉽지 않아 고생이 많았습니다. 우리 곡성군에서도 특화작물인 토란이나 멜론 외에도 청년들이 하는 일에 세심한 관심을 갖고 판로도 좀 도와줬으면 정착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저희가 직접적인 지원금을 바라는게 아닙니다”
이 대표는 '소멸위기'에 놓인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청년이 많이 유입되고 정착할 수 있는 제도나 환경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산삼배양근을 생산하는 곳은 전남에서 이 곳 곡성이 유일하다.
농촌에서 안정적인 직업이나 큰 소득없이 지내는 사람이 많아 안타까웠다는 이 대표는 산삼배양 기술을 배우겠다는 청년이 있을 경우 도와줄 의향도 있다고 한다. "곡성의 미래는 농업에 있다"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청년이 농업에 투신하면 농협에서 저리(低利)의 정책자금을 지원 받는 등의 혜택이 많기 때문에 청년들이 너무 겁내지 말라는 것이 이 대표의 경험담이다.
농사경험이 없어도 깨끗한 환경에서 흙을 묻히지 않고도 '폼나는' 고소득 작물이라는 것이 산삼 배양근 사업이라고 이 대표가 추천했다.
'눈꽃 산삼'의 판매처는 관공서와 기업체 등에서 단체주문하는 경우가 많으며 명절을 앞두고는 선물용으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산삼 그대로를 배양했기때문에 사포닌과 진세노사이드 등의 유효성분이 인삼・홍삼보다 월등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회사가 성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Rb2가 산삼배양근이 114.31mg, 인삼 0.331mg으로 345배가 높았고, Re는 228.98mg으로 인삼의 518배에 달할 정도로 유효성분이 월등하다고 밝히고 있다.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눈꽃산삼'은 생으로 먹거나 샐러드 드레싱으로 먹기 편하며, 장어구이나 삼겹살, 삼계탕, 비빔밥 등에 곁들여 먹으면 잡내도 없고 풍미를 돋우는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담금주에 넣으면 '산삼주'가 된다.
이 밖에 반려동물도 먹일 수 있는 간식용으로 개발도 구상 중이며, 카페나 레스토랑 등지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대표가 산삼배양근 사업에 도전했지만 곡성의 유일한 레저스포츠 시설인 패러글라이딩 사업도 겸하고 있는 어엿한 '투잡' 사업가다.
10년 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처음 시작한 것이 패러글라이딩 사업이다. 곡성에는 기차마을 관광지도 있지만 체험거리가 부족해 곡성에서 유니크한 레저상품을 기획해서 시작한 것이 패러글라이딩 사업이라고.
30년 경력의 아버지 취미이기도 한 패러글라이딩 사업을 곡성에서 시도하려고 했을때 주변에서 "촌에서 그게 되겠냐" "그거하면 망한다"며 타일러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고.
그렇지만, 그는 '꽂히면'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청년이 하지 않으면 곡성을 누가 살리겠냐'는 사명감으로 빚을 내서 패러글라이딩 사업을 과감하게 펼쳤다.
"제가 겁 없이 미국으로 유학 갔듯이 저는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곡성은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고 즐기기에 최적의 자연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정한 바람이 불어오는 산과 지리산과 섬진강, 끝없이 펼쳐진 녹지 등 대한민국 어디보다도 예쁜 뷰(풍경)를 갖고 있어서 소득 3만불 시대 패러글라이딩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해발 550m 깃대봉에 자리한 '곡성기차마을 패러글라이딩'은 이 대표 구상대로 연간 4000여 명이 찾고 있는 곡성을 대표하는 익스트림 체험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린이부터 90세 어르신까지 남녀노소가 짜릿한 체험을 즐길 수 있고, 조종사가 안전하게 ‘2인1조’로 비행하는 허가업체(대한민국 제1호 산림레포츠 허가업체)라는 점도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매력 포인트다.
곡성은 시골이기는 하지만 전라선 곡성역에서 승・하차할 수 있어 접근성이 의외로 좋으며, 용산역에서 2시간이면 도착 가능하고 광주・나주나 여수・순천・광양에서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이다.
이 대표는 “애착을 갖고 있는 패러글라이딩을 운영을 하다 보니까 이런 저런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뜻이 같은 분들과 함께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 등을 한데 통합해서 멀티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하는 일을 해서 우리 곡성에 청년이 돌아오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parkd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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