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늘렸다는 국가전략기술 R&D…80% 삭감된 사업도 다수

박정연 기자 2024. 1. 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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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양자‧첨단바이오 미래기술 분야도 감액…과기정통부 “효율화 추진”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깎인 가운데 국가전략기술 관련 사업도 감액을 면치 못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국가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깎인 가운데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할 의지를 내비친 국가전략기술 R&D 사업도 예산 감축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략기술 중에서도 '3대 미래기술'인 인공지능(AI), 첨단바이오, 양자기술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가전략기술 분야 투자 규모 자체는 전년에 비해 커졌지만 일부 사업은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20일 국회가 의결한 올해 예산안에서 국가전략기술 예산이 지난해 4조7000억원에서 약 3400억원이 늘어난 5조원 규모로 확정됐다고 29일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국가전략기술 중 7대 핵심분야에 대해 집중 투자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분야는 지난해 5635억원에서 6362억원으로 증액됐으며 AI 분야도 전년 7051억원에서 올해 7772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첨단바이오 분야는 지난해 8288억원에서 올해 9772억원으로, 사이버보안 분야는 1653억원에서 1904억원으로 증액됐다. 양자 분야는 지난해 1080억원에서 올해 1252억원으로 늘었으며 이차전지 분야 또한 지난해 1114억원에서 올해 1364억원의 투자가 이뤄진다.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인 우주 분야의 예산은 2023년 7508억원에서 올해 8362억원이 책정됐다.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통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재정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 AI, 양자, 첨단바이오 '3대 미래기술' 일부 사업은 80% 이상 삭감

정부가 국가전략기술에 투자를 확대한 와중에서도 삭감을 면치 못한 사업도 많다. AI 분야에선 도전적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공개경진대회 개최 등이 담긴 '인공지능챌린지선도기술개발사업'이 86% 삭감됐다.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을 중심으로 산·학·연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 조기 상용화 및 초기시장 창출을 촉진하는 '인공지능반도체 응용기술개발' 사업도 예산이 75% 줄었다. 인공지능 반도체 유망기업의 R&D와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인공지능반도체 혁신기업 집중육성'사업은 90%가 삭감됐다.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자동차, 헬스케어, 에너지 각 분야의 AI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인공지능중심산업융합집적단지조성 R&D' 사업도 88% 깎였다. 지난해 1월 전문기업 249개사와 핵심인력 1260명 양성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작된 '광주 국가 인공지능 직접단지 2022년 사업'도 사업 개시 1년 만에 35% 삭감됐다.

양자 분야에선 '양자인터넷핵심원천기술개발' 사업이 10% 감액됐다. 양자기기를 연결하는 양자인터넷 구축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원거리 유·무선 전송에 필요한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였다. 4차산업혁명 핵심기반 기술 중 하나인 양자센서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양자센서핵심원천기술개발' 사업도 예산이 전년 대비 16% 줄었다.

첨단바이오 분야에선 감염병 차세대 백신 기초원천 핵심기술개발사업이 80% 삭감됐다. 감염병과 관련해선 '신·변종 감염병 대응 플랫폼 핵심기술 개발사업'도 80% 삭감되며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이 밖에도 첨단바이오 분야의 도전적인 사업들로 여겨지는 '미래뇌융합기술개발사업', '오믹스기반정밀의료기술개발사업' 등이 각각 91%, 25% 삭감됐다.

우주 분야에서도 투자가 축소됐다. 초소형위성 사업화를 지원하는 '스페이스이노베이션' 사업은 80.6%가 삭감되면서 중도 포기 절차를 밟게 됐다. 혁신적 우주분야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다학제 연구로 추진됐던 '스페이스챌린지사업'도 68.8% 깎였다. 이 외에 '우주개발 기반조성 및 성과확산사업'과 '우주산업특화 SW핵심기술 개발' 사업은 각각 78%, 75% 감액됐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국가전략기술 투자 확대를 설명하는 자료를 통해 "전략기술에 해당하더라도 최근 소재‧부품‧장비, 감염병 등 단기적 이슈에 따라 대규모로 예산이 증가했거나 집행이 부진한 경우 관행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대신 예산 소요를 검토하여 효율화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일부 사업은 예정됐던 종료 기간에 접어들면서 마무리 작업만 남게

됐고 이에 따라 예산이 삭감됐다"고 말했다.

국가전략기술 분야 사업을 진행하던 연구자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미래기술에 해당하는 분야 사업을 진행 중이던 한 대학 교수는 “정부가 힘을 주겠다는 분야조차 예산이 줄었다”며 “R&D 정책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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