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상승 둔화 방심금물… 안정기 진입 실패할수도"

<사진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기저 효과에 의한 물가 지표 하락 등 착시가 있을 수 있어 최근의 물가 하향 추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29일 한국은행은 '물가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역사적으로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에 실패했던 사례를 보면, 마지막 단계(last mile)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이같이 밝혔다.

라스트마일 리스크란 가격조정 모멘텀과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기저효과로 인플레이션은 안정돼 보이는 상황을 의미한다.

한은은 물가안정기의 특징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현재의 물가 또는 인플레이션에 '합리적 무관심' 유지 △특정 부문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충격이 여타 부문으로 파급되지 않고, 그 부문 내에서 자체적으로 소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등락하더라도 기조적으로는 장기간 목표수준 근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안정기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에선 최초 인플레이션 충격 발생 이후 충격 발생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평균 3.2년이 소요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안정기에 들어선 성공 사례를 보면, 통화긴축이 상당기간 일관되게 시행됐을 뿐만 아니라 금융·외환·실물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물가안정기로 진입을 실패했던 사례를 보면 '라스트 마일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라스트 마일은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목표에 이르기 직전의 최종 구간, 즉 가장 힘든 구간을 의미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같은 해 9월과 10월 3% 후반대로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농산물·외식·서비스의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태이며, 하반기에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물가 상방 압력 변수도 남아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점차 인플레이션 지표가 낮아지는 모습이나 물가안정기 진입과 관련된 마지막 단계 리스크가 잔존한다"며 "물가안정기로의 재진입 여부는 부문 간 파급, 기대인플레이션·기조적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부 물가지표의 일시적 긍정 신호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도록, 다양한 지표들의 추세적 움직임을 인내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겠다"고 전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