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물가 잡힌다던데...한은 “라스트 마일 리스크 살펴야”
부문간 파급 줄고 물가-기대 상호작용 축소
기저효과 오인하는 ‘last mile’ 유념해야
韓, 가격조정-비용충격 추가 발생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안착할 것이라는 확신을 중앙은행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할 수 있는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마지막 단계(last mile) 리스크’를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물가 둔화 흐름이 포착되고 지난해 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 금리 점도표 중간값을 9월에 비해 큰 폭 하향 조정한 이후로 피봇(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그간 기저효과로 인플레이션이 안정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통화정책을 완화했을 때 물가안정에 실패한 경우가 많아서다.
이어 보고서는 ‘5년 이동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를 상회하는 기간’을 고인플레이션기로 분류해 물가안정기로의 전환 사례를 분석했다. 우선 고인플레이션기에는 부문별 물가 충격이 여타 부문의 가격조정을 촉발했던 반면, 물가안정기에는 부문별 인플레이션의 독립적 충격이 상대가격 변화만을 일으키는 경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문간 상호작용은 상품부문의 인플레이션이 서비스 부문으로 파급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상 공급충격 등에 따른 상품 부문의 전년동기대비 인플레이션은 추가적 충격이 연속되지 않는 한 다음 해에는 기저효과로 소멸된다. 그러나 고인플레이션기에는 인플레이션 충격이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가격조정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부문간 인플레이션 충격의 파급에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연결고리로 작용해 물가안정기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화가 필요한데, 이는 경제주체들이 낮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이후에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주체들의 물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다시 낮은 수준으로 복귀(높은 관심→낮은 관심)하기 위해서는 민감도가 낮은 상황에서 높은 상황으로 악화(낮은 관심→높은 관심)될 때보다 더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대인플레이션의 국면 전환에도 비대칭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고인플레이션기에는 상대가격 변화가 여타 부문의 물가상승으로 파급됨에 따라 헤드라인이 근원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계량 모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주요국의 경우 고인플레이션기에는 헤드라인이 근원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수렴하지 않으면서 수렴계수도양(+)의 영역에 머물렀다. 반면 물가안정기에는 수렴계수가 음(-)의 영역에 있으면서 헤드라인이 근원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공 사례의 경우 통화정책의 대용변수로 볼 수 있는 실질단기금리의 수준이 높았고, 정책 일관성의 대용변수인 변동성(표준편차)이 낮은 등 통화긴축이 상당기간 일관되게 시행됐을 뿐만 아니라, 금융·외환·실물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유가충격 외에는 추가적인 공급충격이 없었던 행운도 일부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도 점차 인플레이션 지표가 낮아지는 모습이나 물가안정기 진입과 관련된 마지막 단계 리스크는 잔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추가적인 공급 충격이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요 지표들이 안정세를 보이고 인플레이션의 부문별 파급도 축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반면 인플레이션 기대 및 품목별 분포를 보면 아직 가격조정 모멘텀이 남아있는 데다 가격정책(유류세 인하 등)이 종료되거나 지연된 공공요금이 다시 인상될 경우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또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과거 평균에 비해 아직 응답자간 불일치가 높고 ‘모르겠음’ 응답 비중은 낮아 물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부문간 인플레이션의 파급이 아직은 충분히 진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정성엽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 차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레이션 지표가 낮아지고 있으나 last mile 리스크가 잔존한 상태”라며 “물가안정기로 재진입했는지 여부를 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 지표가 몇 퍼센트 수준에 도달했는지만 봐서는 안 되고 부문간 파급, 기대인플레이션 등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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