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외주업체 근로자 1심 "직접 고용 대상"→2심 "아니다"

외주업체 소속 79명 소송 제기…고법 첫 판결
2심 "업무 지휘 증거 부족"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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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한국도로공사가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한 외주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고등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1심에서는 공사와 외주업체 직원의 파견관계를 인정했지만 2심에서 뒤집힌 셈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윤강열 정현경 송영복)는 지난 26일 강모씨 등 79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에관한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공사가 용역계약 시 외주사업체에 제공한 과업지시서는 정보통신시설의 통일적·합리적인 유지관리 업무를 위한 것일 뿐 원고들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지시가 아니다"며 공단이 근로자들을 지휘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또 "공단 내에서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부서나 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보통신시설을 직접 유지보수하는 원고들의 업무와 명확히 구분된다"면서 공단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외주사업체들은 스스로 근무예정지, 급여, 업무, 자격 조건 등을 명시한 채용 공고를 내 근로자들을 채용했고, 독립적인 기업조직과 설비를 구비했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가 파견관계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 최초의 고법 판결"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파견관계를 인정한 1심 판결이 5건, 파견관계를 부정한 1심 판결 1건으로 엇갈리고 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다른 고등법원에 계속 중인 관련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유사 사건의 분쟁 해결에 있어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도로공사는 1996년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를 위해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22년 민영화된 후 '대보정보통신㈜'로 명칭을 변경했고 2009년까지 한국도로공사의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를 위탁받았다.

한국도로공사는 2010년부터 각 지역본부별로 사업분야를 나눠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위탁했고, 그 결과 대보정보통신을 비롯한 7개 이상의 외주사업체가 한국도로공사의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했다.

외주사업체 소속으로 업무를 수행한 강씨 등은 "외주사업체 고용후 한국도로공사에 파견돼 지휘를 받으면서 2년 이상 파견근로를 제공했다"면서 근로자지위 확인 및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하고, 한국도로공사가 강씨 등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의 임금 또는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도 인용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