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없애고 의원 정수 감축할 때[포럼]

2024. 1. 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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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72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공천관리위원회 가동을 비롯한 선거 준비에 본격 들어갔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인구 비율로 비교했을 때 OECD 회원국 중 적은 편으로, 의원 수 감축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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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총선이 72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공천관리위원회 가동을 비롯한 선거 준비에 본격 들어갔다. 사회 각 분야의 외부 인재를 영입해 새로운 얼굴로 표심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그러나 각 당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긴커녕 정치에 대한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정치가 사회 갈등을 조정해 타협을 끌어내는 본래의 기능을 못 하고 오히려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정치인에 대한 폭력적 위해(危害) 사건은 현 정치를 개혁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오는 5월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제21대 국회는 이른바 검수완박과 같은 무리한 입법과 무분별한 탄핵소추로 국정의 혼선을 초래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얻으며 국민의 정치 불신을 가중시켰다. 이 같은 혼란과 불신을 초래한 정치 행태에 대해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귀책사유 재·보궐선거 무공천, 국회의원 수 50명 감축,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수수 금지 등 5가지 개혁안을 제시하며 정치 쟁점화를 꾀하고 있다.

정치인의 비리와 부정부패로 인한 실망감과 피로감이 만연한 와중에 이 같은 정치개혁안은 많은 국민에게 크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개혁안의 모든 제안이 쉽게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이나 귀책사유가 있는 재·보선 무공천은 이유도 합당하고 시행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국회의원 정수 감축은 진지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4조에 규정돼 있어 개헌 않고 쉽게 제약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부당한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소신에 따라 정치활동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규정이기 때문이다. 비리와 부패에 연루된 국회의원의 체포와 구금을 막는 방탄국회와 같은 정치 행태에 대해 냉정하게 심판하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이에 비해 국회의원 수 감축은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이번 기회에 충분히 논의해 볼 만한 제안이다.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인구 비율로 비교했을 때 OECD 회원국 중 적은 편으로, 의원 수 감축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사회연결망의 확대 덕분에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적 소통이 가능한 상황에서 국회의원 수를 과거와 같은 규모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병립형, 연동형, 권역별 병립형 등 선출 방식에 관해 정쟁을 초래하는 비례대표제를 차라리 폐지해 국회의원 수를 축소하는 방안은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위성정당의 비례대표로 선출된 후 유권자가 지지한 바 없는 생소한 정당에서 활동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전혀 다른 정당에서 의원직을 유지하다가 임기 말에 사퇴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런 정치 행태는 민주주의를 배신하는 위선이다. 총선을 목전에 둔 여야 정치인은 국민의 정치 불신과 혐오가 위험 수준에 이른 현실을 직시하고 다양한 정치개혁 방안을 놓고 경쟁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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