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을 트럼피 현상[뉴스와 시각]

김남석 기자 2024. 1. 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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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는 내 인생 최고 영웅이자, 역대 최고 대통령이다. 그는 에너지 공급도 잘했고 중국·러시아와의 외교도 잘했다. 그를 지지하는 데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한가."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현상은 이민·범죄·교육·문화·경제 등 미국 사회 각 분야에서 뿌리 깊은 반엘리트주의와 미국 우선주의·고립주의를 자양분 삼아 부지불식간에 성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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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는 내 인생 최고 영웅이자, 역대 최고 대통령이다. 그는 에너지 공급도 잘했고 중국·러시아와의 외교도 잘했다. 그를 지지하는 데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한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선거 첫 경선인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소도시 인디애놀라의 심슨칼리지 강당.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코커스 전 마지막 유세 소식에 체감온도 영하 40도 혹한을 뚫고 지지자 800여 명이 몰렸다. 유세장을 배경 삼아 셀카 찍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영상·사진을 찍는 것도 영락없는 찐팬들의 모습이었다. 유세장을 휘감은 열기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지지자 대다수가 옆집 이웃 같은 평범한 보통 미국인이었다는 점이다. 가족 단위로 온 지지자도 많았고 찢어진 청바지에 헤드폰을 쓴 갓 투표연령(만 18세)이 된 젊은층도 적지 않았다. 백인이 대부분이지만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도 눈에 띄었다.

흔히 고졸 이하 소득 수준이 낮고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백인 블루칼라 계층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으로 여긴다. 하지만 여론조사전문가 네이트 실버의 분석 결과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의 평균 가구소득은 연 7만2000달러(약 9620만 원)로 당시 미국 평균 가구소득(5만6000달러)은 물론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자의 평균 가구소득(6만1000달러)보다 높았다. 도시에 거주하는 대졸 이상 고소득층 화이트칼라 계층에도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었던 히스패닉·흑인·아시아계 유권자들로부터도 일정 비율 이상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나온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숨겼던 ‘샤이 트럼프’들은 이제 당당하게 전면에 나섰다.

미국 대선에 관심을 둔 많은 한국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미국 일부 소외층의 일탈쯤으로 치부한다. 아이오와·뉴햄프셔 연승으로 공화당 후보 지명을 거의 확정한 현재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혼란·난맥상과 거짓 주장을 넘어선 각종 범죄 혐의 등을 떠올리며 ‘설마’하고 재선 가능성을 애써 외면한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현상은 이민·범죄·교육·문화·경제 등 미국 사회 각 분야에서 뿌리 깊은 반엘리트주의와 미국 우선주의·고립주의를 자양분 삼아 부지불식간에 성장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특정인을 넘어 그로 상징·대변되는 미국 사회 기저의 큰 변화의 물줄기인 셈이다. 이는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산업정책 ‘바이 아메리칸’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닮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제2, 제3의 트럼프’ 출현은 불가피하다. 지정학자 피터 자이한은 “미국은 분명히 세계에서 손을 떼게 된다. 한국을 비롯해 모두가 새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대선을 앞둔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한국에 가장 중요한 동맹인 미국의 근본적인 변화로 인식하고 장기적 대책 마련을 서두를 때다.

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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