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어주는 신부’… “평론도 재미있어야 어필”

장재선 기자 2024. 1. 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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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한성공회 신부이다.

"신학이라는 분야는 원래 딱딱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해서 성공회대 오기 전에 서강대와 가톨릭대에서 '종교와 영화' 과목을 개설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등단하지 않은 '재야의 영화 고수들'이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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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식 신임 영화평론가협회장
“재야 고수들이 평론시장 주도
막을 방법 없어…독자 판단 몫
국내 저예산작품 볼 만한 가치
개봉 모든 韓영화 섭렵하겠다”
박태식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이 서울 명륜동 자택 서재에서 포즈를 취했다. 대한성공회 신부인 그는 “신학 강의와 영화 평을 함께하니 정서적으로 균형을 맞추고 살아간다”고 했다. 영평 제공

그는 대한성공회 신부이다. 정년을 넘겼기 때문에 은퇴 사제이다. 독일 괴팅겐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귀국해 성공회대에서 신학과 교수로 10여 년 재직하다가 역시 작년에 물러났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신약성서학 과목들을 주로 가르쳤다. 신학과 종교를 주제로 하는 영화 과목을 만들어 강의하기도 했다.

“신학이라는 분야는 원래 딱딱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해서 성공회대 오기 전에 서강대와 가톨릭대에서 ‘종교와 영화’ 과목을 개설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

박태식(67) 한국영화평론가협회(영평) 회장은 28일 자신이 ‘영화 읽어주는 신부’로 불리게 된 연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강의를 위해 영화에 관한 글을 쓰다가 문화·시사잡지에 연재를 했고, 선배 평론가들의 추천으로 영평에 가입했다. 그렇게 20여 년이 흘러 그는 지난달 제28대 영평 회장으로 선임됐다.

“1960년 창립해 60년을 훌쩍 넘긴 전통의 영평 회장을 맡아 참으로 영광스럽습니다. 원로, 중견들께서 힘껏 닦아놓으신 바탕 위에서 젊은 평론가들이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는 협회가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영평은 신문·잡지 공모나 권위 있는 전문가 추천을 통해 이른바 ‘등단’ 과정을 거친 평론가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요즘은 등단하지 않은 ‘재야의 영화 고수들’이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비전문가들이 평론 시장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수준 미달의 평은 경계해야 하지만, 그걸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독자들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요. 그러니 평론가들이 현학적이기보다 쉽고 구수하게 글을 써서 독자들이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 영화계는 위기라고 한다. OTT 서비스 확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극장 관객이 크게 줄었다. ‘서울의 봄’처럼 이례적으로 흥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손해를 보고 있다. 그 탓에 투자자들이 주머니를 잠가 제작 편수가 급감했다.

“시장에선 우울한 시절이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우리 영화 수준이 크게 높아져 저예산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최근 개봉한 ‘시민 덕희’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고 했다. 특급 스타가 나오는 작품이 아니지만, 서민들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조합이 빼어났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과잉 감정을 유도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오락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영평 일 이외에 성경 개정 작업에 성공회 대표로 참여하고 있고, 책도 쓰고 번역도 한다. 신학 관련 유튜브도 제작하고 있다.

“저에게 성서학회 동료들은 성서학만 해도 바쁜데 언제 영화까지 공부했냐고 놀립니다. 그렇게 놀리는 게 저는 즐겁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밥 먹기보다 영화 보는 것을 더 좋아했거든요. 영평 회장 일을 맡은 차에 앞으로 개봉하는 모든 한국 영화를 섭렵하겠다는 야심에 찬 꿈을 갖고 있습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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