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도파밍 시대
‘가잼비’ 유행하는 식품업계
유통사, 경험마케팅 승부수
26일 오후 5시 이마트 더타운몰 킨텍스점 2층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개인 맞춤형 골프 수업이 한창이었다. 주말을 맞아 골프 연습장에는 이미 제법 많은 손님이 있었다. 골프장 옆 필라테스샵에서는 강사들이 6시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두 손에 장바구니를 든 동네 주민들이 종종걸음으로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로 향했다. ▶관련기사 3면
이마트 킨텍스점의 체험·체류형 매장은 전체 면적의 절반(51.3%)을 차지한다. 식음료(F&B) 매장을 더하면 67.5%에 달하는 면적이 ‘즐기고 먹는’ 매장이다. 골프 연습장에서 만난 박하연(여·39) 씨는 “대형마트에 골프장이 생겨 바로 등록했다”며 “골프를 치러 와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장을 볼 수 있어 좋고, 1층 문화센터에선 줌바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주변인들에게 추천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장한 스타필드 수원에는 3040 밀레니얼 육아 가정과 1020 잘파 세대가 가득 모였다. 오픈일 답게 수원 일대의 교통 정체도 빚어졌다. 홍대의 인기 편집숍부터 열린 문화 공간인 ‘별마당 도서관’까지 체험형 공간에 발길이 쏠렸다.
현장에서 만난 40대 최모 씨는 “확실히 재미를 추구한 공간이 많아 눈이 즐겁다”면서 “스포츠클럽 ‘콩코드 피트니스 클럽’도 있다고 들어서 방문객이 줄어드는 두 달 정도 뒤에 찾아가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요즘 복합쇼핑몰은 누군가에겐 놀이터, 다른 누군가에겐 백화점이다. ‘도파밍’ 시대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공간 혁명이다.
도파밍이란 즐거움을 느낄 때 분비되는 ‘도파민(Dopamine)’과 수집한다는 뜻의 ‘파밍(Farming)’을 합친 신조어다.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가 올해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한 개념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오는 숏폼(짧은 길이) 형태의 영상을 계속 보는 것도 도파밍의 사례다. 소비 시장은 소비자의 이런 경향에 맞춰 ‘재미’와 ‘경험’을 앞세운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더 오래 머물고, 즐기는 것을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을 공간에 투영하려는 시도다. 대형마트가 대표적이다. 상품을 판매하는 기존 역할에서 벗어나 건물의 공간에 새로운 체험 매장을 도입해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도파밍에 집중한 업계의 전략은 소비자를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의 영역으로 초대한다. 상품의 이름을 비정상적으로 길게 만들거나 크기를 과도하게 키워 입에 오르내리게 하는 것 역시 다양성 차원의 움직임이다. 유튜브나 틱톡, 또는 게임업계와 협업해 MZ의 발길을 잡는 업체도 있다. 재미를 추구하다보니 소비층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이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거대한 놀이동산을 표방한 복합쇼핑몰이 계속 등장하는 것도 도파밍 시대에 발맞춘 전략”이라며 “무엇보다 재미가 있고, 입소문이 나야 젊은 층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소문이 난다”고 말했다.
재미 위주의 콘텐츠는 온·오프라인의 벽도 허물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경우 애플리케이션(앱) 안에 게임을 넣거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도입하며 충성고객을 늘리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과 차별화된 ‘경험’을 강조한다. 단순하게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유쾌한 시간을 보장하는 공간으로 소비자를 집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스포츠, 극장, 식음료, 체험 이벤트 등 방식은 다양하다. 롯데백화점의 피부 진단 서비스 ‘뷰티 살롱’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4월 도입한 뷰티 살롱에는 메이크업과 향수, 스킨&케어 브랜드 총 60곳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2만5000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롯데백화점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예약한 서비스를 받아보니 온라인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맞춤 추천이 눈길을 끌었다. 시력검사기처럼 생긴 피부진단 기기에 얼굴을 대자 카메라가 9장의 사진을 찍었다.
UV(자외선)광과 편광, 일반광 세 유형으로 나눠 얼굴 정면과 좌우측 피부의 겉과 속이 찍혔다. 태블릿 PC에 나이와 피부 특징을 입력하니 수분, 탄력, 주름, 민감도, 유수분 밸런스 등 항목별 점수가 떴다.
화장품 매장 직원은 “일주일에 세 분 정도 피부 진단 서비스를 받는다”며 “남성 고객도 꽤 많아 남녀 비율은 3 대 7 정도”라고 말했다. 메이크업 서비스를 이용한 2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새로 나온 화장품이 궁금해 매장을 방문해서 테스트를 받아봤다”며 “추천하는 제품이 마음에 들고, 할인 쿠폰도 받아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문화와 이에 대응하는 업계의 도전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쇼핑 문화가 꾸준히 늘고, 배송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어서다. 오프라인 위주의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상품을 단순히 판매하는 시대는 끝나고, 이제 경험을 파는 시대가 됐다”면서 “조금의 불편함과 시간 지연을 허용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행복감과 경험을 앞세운 마케팅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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