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엔 美 양키시장, 日 에도마을, ‘응팔’ 추억도[함영훈의 멋·맛·쉼]
동두천 동광극장· 일본풍 놀자숲 인기
태백 철암 광부의 추억, 부여 청년공예
군위 화본역 로맨스, 군산 시간여행도
[헤럴드경제= 함영훈 선임기자] 동두천엔 양키시장과 미국이 있고, 1988년의 한국이 있으며, 에도시대의 일본도 있다. 한미 군사교류의 중요한 거점이었기에 1960~1970년대 번화가였던 동광로 동광극장은 외국영화가 서울만큼 일찍 개봉됐다.
양키시장 인근 동광극장 앞 거리는 50년 전 번화가였는데, 지금도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월이 흘렀기에 빈티지 감성과 함께 그 시절 애환와 추억이 피어난다.
9년 전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중 류준열과 이동휘가 ‘포레스트 검프’를 본 곳도 바로 동광극장이다. 2018년에는 그룹 god 리더 박준형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와썹맨’에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상영한 영화가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여서 한동안 영화 속 와칸다 왕국에서 이름을 따와 ‘와칸다 극장’으로 불렸다.
동광극장은 문화유산처럼 남이 있고, 추억 어린 옛 극장 아이템들을 유물처럼 남겨, 극장 안팎이 모두 포토존이다. 지금도 여전히 운영돼 세대를 이어주는 레트로 극장이 됐다.
보산동관광특구(Camp Bosan)는 ‘작은 이태원’이다. 이탈리아, 러시아, 태국, 덴마크 등 해외 작가들에게 의뢰해 보산역 교각과 거리에 그라피티를 그려놓았다. 프랑스 작가 호파레는 국제도시 답게 ‘(오대양) 육대주’ 사람을 그렸다.
두드림뮤직센터는 보산동을 주 무대로 활동했던 신중현 밴드(ADD4)와 미국팝을 LP(레코드판)로 듣는 레트로 뮤직공간이고, 그라피티가 그려진 교각 옆 월드푸드스트리트에선 9개국 음식 문화를 체험한다.
한국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동두천은 레트로 여행의 첫손에 꼽힌다. 한국관광공사는 박상준 작가 등이 현장 탐방한 동두천과 폐광촌 태백 등 5곳을 ‘우리 동네 레트로’라는 테마의 2월 가볼만한 여행지로 추천했다.
니지모리스튜디오&료칸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테마파크형 드라마 세트장이다.
일본의 옛 마을을 정교하게 재현했다. 다도실, 책방 등 국내에서 일본 여행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사진맛집이다. 색색 조명이 불을 밝히는 밤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동두천자연휴양림 옆 동두천놀자숲은 다양한 체험 시설을 갖춘 숲 테마파크이다. 겨울에는 주로 실내 놀이 시설과 스노타운눈썰매장을 이용한다. 실내 체험 시설은 펀클라임, 에어리얼로프 등 어드벤처 시설이 주를 이룬다. 14가지 등반 코스로 구성한 펀클라임이 아이들의 모험심을 기르기에 좋다.
태백 철암탄광역사촌은 옛 탄광촌 주거 시설을 복원·보존한 생활사 박물관이다. 군도 아니고 읍면도 아닌 리(里)의 인구가 4만명이던 때, 철암의 영화(榮華)가 담겨 있다. 11개 건물 가운데 페리카나, 호남슈퍼, 진주성, 봉화식당 등 총 6개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호황기 탄광촌은 도시의 확장 속도를 건축이 따라가지 못해 증축을 거듭했다. 철암천 쪽으로 확장해 지층 아래 공간을 마련하고,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까치발처럼 기둥을 만들었다. 이곳이 ‘까치발 건물’로 불리는 까닭이다.
광부들이 모여 살던 산동네에 오르면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국가등록문화재)과 쇠바우골탄광문화장터, 철암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근엔 태백8경에 드는 구문소(천연기념물)가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에 세운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 가면 구문소의 지질학적 궁금증이 자연스레 해소된다. 해발 800m에 자리해 목가적 풍경이 펼쳐지는 몽토랑산양목장의 낭만이 봄을 재촉한다.
과거 나루터와 오일장을 중심으로 번성한 규암마을은 1960년대에 백제교가 생기며 쇠퇴했다.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 빈 상가가 남은 마을에 공예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레트로 여행지로 거듭났다.
규암마을을 널리 알린 건 책방세간이다. 1980년 된 담배 가게를 허물지 않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책방이다. 공예 디자이너 출신 박경아 대표는 책방에 이어 카페 수월옥, 음식점 자온양조장, 숙소 작은한옥 등을 만들고, 네 공간이 들어선 거리를 ‘자온길’이라 이름 붙였다.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에서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와 플리마켓 등이 열리는데, 겨울철 잠시 쉬었다가 3월부터 운영을 재개한다.
수북정은 백마강(금강)과 백제교가 한눈에 보이는 정자다. 수북정 아래 튀어나온 바위가 자온대다. 누군가 엿보는 것처럼 머리만 내민 형태라 규암(窺岩)이라고도 부른다. 부여 관북리 유적(사적)은 사비 백제 시대 왕궁 터로 알려졌고, 부소산성(사적)은 당시 왕궁을 지킨 방어 거점이자 후원이다.
미암사는 거대한 와불과 쌀바위(석영 덩어리)가 유명하다. 웰다잉과 무념 휴식을 상징하는 미암사의 와불 앞에 서면, 방콕이나 비엔티안에 온 듯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대구 최북단에 자리한 군위가 최근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인기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화본역과 ‘엄마아빠어렸을적에’가 그 중심에서 군위의 레트로 관광을 견인하고 있다.
화본역은 1938년 2월 중앙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도 군위에서 유일하게 여객 열차가 정차하는 곳이다. 드라마 세트장처럼 아기자기한 역내,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1930년대 말에 열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급수탑, ‘화본역’ 시비, 폐차한 새마을호 동차를 활용한 레일카페(주말·공휴일 운영) 등이 흥미롭다.
‘엄마아빠어렸을적’에는 1954년 4월 개교해 2009년 3월 폐교한 옛 산성중학교 건물을 활용해 1960~1970년대 화본마을 생활상을 전시한 농촌 문화 체험장이 있다. 교실과 문방구, 만화방, 이발소, 구멍가게, 연탄 가게, 사진관, 전파상 등을 재현하고, 옛날 교복 입기와 사륜 자전거 타기, 달고나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군위 아미타여래삼존석굴(국보)은 팔공산 북쪽 암벽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화강석 동굴에 만든 사원이다. ‘내륙의 제주도’로 통하는 한밤마을은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운 돌담이 아름답다.
군산 시간여행마을은 대표적인 레트로 여행지다. 다양한 근대 건축물은 물론 1980~1990년대 감성을 간직한 골목 풍경이 정겹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구 군산세관 본관(호남관세박물관), 구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근대미술관),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근대건축관)이 이어지다가 진포해양테마공원을 만난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초원사진관, 일본인 부유층 거주지 신흥동 일식 가옥, 동국사 등도 시간 여행의 소품들이다.
신흥동 산비탈에 자리한 말랭이마을은 최근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빈집이 미술관과 책방, 공방으로 하나둘 변신하면서 레트로 여행지로 눈길을 끈다.
군산 하면 고군산군도를 빼놓을 수 없다. 2016년 고군산대교가 개통한 뒤 낭만적인 섬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다. 선유도는 ‘신선이 노니는 섬’이란 이름처럼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하다. 유람선과 집라인, 바이크 등 액티비티도 다양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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