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엔 ‘철밥통’ 공무원 없다?… 근평 최하위 직원 첫 ‘직위해제’

4명에 ‘가 평정’ 부여, 3명은 전보
맞춤교육에도 개선 없으면 면직 고려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소리도 옛말일까.

서울시가 근무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공무원을 직위해제했다. 근무평가만으로 직위해제를 한 첫 사례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2월 근무평가에서 4명에게 ‘가 평정’을 주고, 그 가운데 1명을 직위해제했다. 나머지 3명은 다른 부서로 전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근무평가는 ▲수(20%) ▲우(40%) ▲양(30%) ▲가(10%) 등 4등급으로 나눠진다.

서울시는 그동안 수·우·양만으로 운영했지만, 지난해 ‘가 평정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월에는 ‘가 평정기준’ 결정기준위원회를 열고 기준과 절차를 마련했다.

가 등급을 받은 사람은 2주간 맞춤형 교육을 받아야 한다. 평가결과가 매우 미흡한 사람은 직위해제 후 3개월간 심화교육을 받게 된다. 만약 교육에도 불구하고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직권면직까지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성실히 일하는 조직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사실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업무 쏠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문제로 공무원증을 반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2년 전 의원면직한 김모씨(35)는 “사기업은 일을 잘하면 성과급을 받지만, 공무원은 일만 두배 늘어난다”며 “동료가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 도와줬더니 그 일이 내 업무로 공식화됐다. ‘최소한의 일만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체득하게 된다”고 체념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의원면직은 본인의 신청에 따라 공무원 관계를 소멸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서울시는 ‘가 평정제도’를 통해 본인 업무를 동료들에게 상습적으로 떠넘기고 일을 하지 않는 직원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정상훈 서울시 행정국장은 “조직 전반의 사기진작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시민들에게 양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가 평정이 부여된 직원들에게는 맞춤형 교육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공직생활을 원활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