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어찌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겠니 [이 순간]

박종식 기자 2024. 1. 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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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에 사는 조성희(58)씨는 18년을 함께한 반려견 '행복이'와의 이별을 앞두고, 행복이를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생활쓰레기 봉투에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다.

집 앞의 산이나 들에 매장하는 것 역시 불법이었다.

조씨는 "죽어서도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앞이 탁 트인 수목장림에 행복이를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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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공공 장묘시설
전북 임실군 오수 펫 추모공원 들머리에 전국에서 유일한 반려동물 수목장 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반려동물이 묻힌 어린 소나무 아래에는 과자와 인형 등이 놓여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가족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릴 수는 없잖아요?”

전북 전주에 사는 조성희(58)씨는 18년을 함께한 반려견 ‘행복이’와의 이별을 앞두고, 행복이를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생활쓰레기 봉투에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다. 집 앞의 산이나 들에 매장하는 것 역시 불법이었다. “행복이를 제대로 떠나보내야겠다”고 마음먹은 조씨는 멀지 않은 전북 임실에 공립 반려동물 장묘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씨는 “죽어서도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앞이 탁 트인 수목장림에 행복이를 묻었다.

조성희씨가 반려견 ‘행복이’의 명패를 어루만지고 있다. 박종식 기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천명을 상대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절반이 매장이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고 반려동물을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했다’(41.3%)고 답했다. 또한 장묘시설이 없는 지방자치단체도 있었다.

제주도는 동물 장묘시설 자체가 없어 뭍으로 나와 장례를 치르거나 불법인 매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 장례업체가 적발돼 제주시로부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되기도 했다. 다행히 올해 연말 전국에서 두번째로 제주에 공립 반려동물 장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수 펫 추모공원 직원이 반려동물 사체를 닦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을 시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552만으로, 전체 가구 수의 25.7%이다. 양육 가구 수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도 성장세를 보이지만, 장례와 관련된 시설이나 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외국의 경우 지자체, 비영리 기관이 주도하는 공공 장묘가 활성화되어 있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사설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73곳으로 경기도 김포, 용인, 광주 등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공공 동물장묘시설은 전북 임실 1곳이 유일하다. 장례업체가 기피시설이다 보니 반려가구가 집중된 서울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오수 펫 추모공원 직원들이 반려동물 사체를 닦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을 시연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매일 1100여마리의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중 장례업체를 통해 화장되는 비율은 27.4%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반려동물들이 무단으로 땅에 묻히거나 쓰레기봉투에 지금도 버려지고 있다.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의 더 깊은 이야기를 ‘이 순간 코멘터리’에서 들려드립니다.

2024년 1월 29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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