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PF발 자금시장 교란에 유의해야

2024. 1. 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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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요란했던 태영건설 사태가 우여곡절 끝에 채권단의 동의를 얻으며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시공능력 순위 16위로 알려진 태영건설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자 건설업체들의 연쇄 부실 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졌다. 과거 레고랜드 사태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나며 금융권 전반의 긴장도가 높아지는 모습이 재현됐다. 장기간에 걸쳐 PF를 비롯한 부동산금융 전반에 부실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태영건설로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건설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중소 건설사 및 PF 부담이 큰 업체의 부실화 우려가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공사비 인상, 분양 부진 등으로 책임준공을 위해 건설사가 자금을 선투입하는 사례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공사비 증액에 따른 선투입 자금의 경우 PF대출 내 후순위 상환이 일반적이다 보니 건설사들의 손실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건설사일수록 수도권·광역시 이외 지역 사업장 비중이 높아, 공사비 선투입 가능성이 높은 점은 이들 기업의 자금 부담을 키우며 부실 위험을 높이는 구조다. 부동산 시장 부진이 단기간 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건설사들의 대손위험 증가, 신규수주 감소 영향으로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형사들의 유동성 우려는 연중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금융 발 신용리스크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의 사정은 어떨까. 예금취급기관들은 지난 금리 급등기 예금시장 내 과도한 경쟁으로 예금 만기가 단기화되며 자금조달 구조의 안정성이 저하됐다. 또 예금취급기관 수신에서 비은행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비은행권 예금유입 확대, 만기도래 예금 재예치 과정에서 금융기관 간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비은행권의 경우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예금유치 유인이 강화되면서 경쟁도가 높아졌는데 이는 저금리 기간 중 조합원 확대, 비과세 상품 판매 등을 통해 조달했던 예금의 만기가 집중 도래하며 재예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레고랜드 사태 등 PF부실 우려로 촉발된 단기금융시장 불안 당시 업권 간 경쟁을 촉발하며 유치했던 대규모 예금의 만기가 집중되는 것도 재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울러 예금취급기관의 예금만기 단기화 등으로 금리 산정주기가 짧아지고 만기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면서 예금 유출입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잔존만기 6개월 이하 단기예금이 예금잔액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이는 금리 상승기에 가계의 단기예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데다 금융기관들 또한 고금리 장기예금을 통한 자금조달을 꺼렸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말 이후 수신 경쟁 과정에서 늘어난 단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상호금융의 경우 금년 상반기 예금 만기 규모가 예년보다 40% 이상 증가하는 등 만기집중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자금시장의 단기화를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금융 부실에 따른 금융불안 촉발 가능성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 증가가 220조원에 달해 전체 대출 증가분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관련 업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 잔액이 4년 만에 거의 2배로 확대되는 등 비은행권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부동산 기업금융의 규모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고금리 상황이 지속 및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가 이들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 취약성뿐만 아니라 부동산금융 부실 촉발 시 자금시장 교란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부동산 PF대출 부실 학습효과로 위험회피 행태가 심화된 상황에서 자본시장과 부동산 PF 간 연계성이 높아진 점,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비은행권의 익스포저가 확대된 점도 자금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금시장 교란 시 수신 기능이 없고 만기구조가 짧은 여전사들은 다시 한번 큰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질서있는 구조조정’만을 믿고 쉽사리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부동산금융 부실에서 촉발되는 일시적인 유동성 경색과 단기금융시장 교란이 정상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적시적소에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기관들은 부동산금융발 신용리스크 부각 시 경쟁적 자금회수를 자제하는 한편 충당금 적립 확대 및 자본확충 등을 통해 부실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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